安 측 "협상 경과 일지 공개, 강력히 유감 표명… 정치윤리에 어긋나"안철수 "제1야당, 정권교체 역량 있어야" 협상 결렬 통보 후 비아냥安 테마주·지지율 내리막길… 尹·安 단일화 효과 미미 여론조사도 나와
  •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강민석 기자(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강민석 기자(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이 2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결렬을 통보한 것과 관련 "우리 후보가 판단할 때 내용이 불충분하고 신뢰가 어렵다는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아직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의 손을 내미는 사이 단일화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데 열중하는 것이다.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안 후보 테마주인 안랩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정치권 안팎에서는 심판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단일화 결렬 통보 후 남 탓에 집중하는 국민의당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자의적으로 만든 협상 경과 일지를 공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며 "안철수 후보의 대선 완주 선언 이후에 그쪽에서 대화 재개를 요청해 만났는데,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주장을 떠벌리는 것은 정치도의와 윤리에 어긋난다는 짓임을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와 많은 분들에게 '제발 단일화의 손을 잡아 달라'고 간청해 저는 선의를 가지고 손을 내밀었다가, 오히려 제 손목을 내리쳐서 잘려나간 그런 불쾌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한 이 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협상 일지를 보면 마치 수사기관의 허위조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27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오전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양측의 전권을 부여받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본부장은 단일화 합의까지 도달했으나, 후보 간 회동 조율을 남기고 결렬됐다. 안 후보 측의 사퇴 명분 제공 등을 윤 후보가 받아들였으나 전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최종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협상 과정을 시간별로 정리해 언론에 공개했다. 양측이 만든 협상 내용에는 안 후보가 제의한 국민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논의는 없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국민의힘이 공개한 '협상 경과 일지'에서)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에게 단일화 조건을 제시한 것처럼 정리해놨는데, 최진석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의 말을 주로 들었을 뿐 어떤 선(先)제안도 한 적 없다"며 "최진석 위원장이 기억하는 내용을 안철수 후보에게 말했고, 안철수 후보는 좀 더 생각해보자고 답변해 끝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치 다양한 협상 채널이 가동된 것처럼 사실관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이 본부장은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이 협상 채널로 언급한) 인명진·신재현 두 분에게는 안철수 후보가 공식적으로 '협상 관련된 일을 하지 말아달라'고 자제를 요청한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안철수 후보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일지를 일방적으로 작성하고 공개했다"고 비난한 이 본부장은 "(국민의힘이) 협상을 통해 합의문이 있는 듯한 얘기들을 흘리고 있다. 거듭 확인해드리지만 저는 윤석열 후보의 생각을 듣고 (안철수 후보에게 전달했고), 우리 후보가 내용이 불충분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尹 생각 듣고 安에게 전달했지만 합의 아냐"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집권 시 인수위 단계부터 '공동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윤석열 후보가 갖고 있는 구상을 저희가 들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 본부장은 "단일화 관련해 두 사람이 선언한다면 공동정부 구성의 인수위 문제, 행정부 운영문제, 정당 간의 문제(합당) 등 들은 내용을 제가 돌아가서 안철수 후보에게 말했다"며 "합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시한이 지났다고 한 이후에도 협상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간청이 있었다"며 "토요일(26일) 최종적으로 최진석 위원장하고 제가 안철수 후보에게 '저쪽에서 계속 단일화 진정성이 있다고 연락해오니, 한번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 드려 만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 결렬을 통보받았음에도 윤 후보가 "어디든 찾아가겠다"며 담판을 위한 회동을 재차 제안하는 가운데에서도 책임 소재 돌리기만 나서는 것이다.

    안 후보 역시 이날 전북 정읍 유세장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책임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권한이 많은 사람이 책임이 많은 것 아니겠느냐"며 "정당마다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자분들이 계시는데, 제1야당이라고 한다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후보 외에 전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어 양쪽 후보가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저를 도와 주는 많은 분과 함께 논의하면서 함께 결정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연일 손을 내밀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 후 "(단일화가) 어려워진 것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야권통합 단일화의 끈을 저희가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통보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심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안 후보의 테마주인 안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6만47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5일 12만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고점을 기록했으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지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 후보는 15.1%의 지지율을 얻어 '마의 15%'를 넘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당시 안 후보의 지지율은 평균 10%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두 자릿수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같은 기관이 TBS 의뢰로 지난 25~26일 ARS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 후보는 5.9%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보수 유권자, 헛된 희망 끊고 尹에게 결집"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서울신문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37.2%로 5.1%p 격차가 났다.

    하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윤 후보 44.8%, 이 후보 40.4%, 심 후보 7.8% 순이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안 후보 41.9%, 이 후보 38.3%, 심 후보 9.0%로 나타났다.

    윤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이 후보와 격차는 4.4%p. 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이 후보와 격차는 3.6%p다. 단일화하지 않은 상황이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격차(5.1%p)보다 작은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조금이라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기대를 걸었던 보수 유권자들이 헛된 희망을 끊고 윤석열 후보에게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며 "안철수 후보 표의 구성이 윤석열 후보 쪽이 많다고 생각한 민주당도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에서 인용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