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서 김만배 "박영수가 이모 씨 통해 만들어 보내 준다 했다" 진술박영수 "김만배 부탁으로 내 계좌 이용했을 뿐"… 검찰, 박영수 딸 채용 등 대가성 의심
  • ▲ 박영수 전 특별검사. ⓒ뉴데일리DB
    ▲ 박영수 전 특별검사. ⓒ뉴데일리DB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구속) 씨로부터 화천대유 자본금을 만들기 위해 2015년 4월 박영수 전 특별검사로부터 5억원을 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당 의혹에 박 전 특검이 그간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만배 "박영수에게 화천대유 법인자금 빌려 달라고 했다"

    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해 11월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박 전 특검에게 화천대유 법인자금을 빌려 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검찰에 "박 전 특검이 '돈이 없다'고 하면서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를 통해 만들어 보내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언급한 이씨는 박 전 특검과 친인척 사이다. 지난해 10월 박 전 특검 측은 "(이씨와) 촌수가 가깝지는 않지만, 인척관계가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박 전 특검과 사업 파트너로도 관계를 이어오기도 했다. 이씨는 분양대행업체와 별도로 한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했는데, 2014년 박 전 특검이 이 업체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박영수 "돈 사용처 어떻게 정리됐는지 몰라" 기존 주장 고수

    이 같은 진술은 박 전 특검의 기존 해명과 배치된다. 박 전 특검 측은 지난달 5억원을 건넨 것이 논란이 되자 성명을 통해 "김씨와 이씨 사이에 자금거래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김씨 부탁으로 박 전 특검 계좌를 통해 이체된 것"이라며 "그 후로는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 간의 정산문제 등 금전거래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관여한 바도 없고 이미 검찰에서 소명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은 '과거 성명' 내용이 김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것과 관련 "기존 입장문 그대로"라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2015년 4월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 법인계좌로 5억원이 건너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납부한 사업협약 이행보증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배, 5억 상환 여부 추궁에… "기억 안 난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5억원 상환 여부 등을 추궁했지만 김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간 정리됐다"는 식으로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5억원에 따른 대가로 박 전 특검 딸을 화천대유에 채용한 뒤 대장동 아파트 특혜분양과 성과급 등의 혜택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 후 박 전 특검 측은 성명을 내고 "마치 박 변호사(박 전 특검)가 5억원을 주도적으로 대여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씨가 김만배에게 5억원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김만배와 이씨의 부탁으로 박 변호사 계좌를 거쳐 갔을 뿐이고, 검찰 조사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 전 특검은 지난해 7월 가짜 수산업자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며 특검직에서 물러났다. 특검 임명 후 4년7개월 만이었다. 박 전 특검은 과거 국정농단 재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