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 부제로 2월 17~27일 개최…배우 정욱·유진규·손숙 등 참여
  • ▲ '제6회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뉴시스
    ▲ '제6회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뉴시스
    연극계 거장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무대 위에 되살아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연극계에 '따스한 봄'을 기대하며 원로 연극인을 위한 축제인 '제6회 늘푸른연극제'가 오는 17~27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대학로 JTN 아트홀 1관과 씨어터쿰에서 열린다.

    박웅 운영위원회 위원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로 예술인들은 말년에 무대에 설 기회가 드물고 중심에서 벗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과 활동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극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공연에술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늘푸른연극제'는 국내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로 2016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올해는 '그래도, 봄'이라는 부제 아래 동시대적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작품 4편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춘추의 '물리학자들'을 시작으로 '몽땅 털어놉시다', '건널목 삽화',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를 선보인다. 정욱·손숙·유진규·기주봉·윤문식 등 배우를 비롯해 실험연극의 대가 방태수, 충북 최초 극단인 극단 시민극장의 원로 예술인들이 참여한다.

    '물리학자들'(2월 17~20일)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냉전시대 속 천재 물리학자와 그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2명의 물리학자의 신경전을 통해 과학이 발달한 사회 속에서 가치 중립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천재 물리학자 '요한 빌헬름(뫼비우스)' 역으로 나서는 정욱은 "원래 배우의 활동은 나이와 상관 없이 열정이 있기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라며 "한편으론 육체의 쇠락으로 연극의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왼쪽부터 이강선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 박웅 운영위원, 연출 송훈상, 배우 정욱, 연출 주호성, 연출 장경민, 연출 방태수, 배우 유진규.ⓒ스튜디오 반
    ▲ 왼쪽부터 이강선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 박웅 운영위원, 연출 송훈상, 배우 정욱, 연출 주호성, 연출 장경민, 연출 방태수, 배우 유진규.ⓒ스튜디오 반
    '몽땅 털어놉시다'(18~20일)는 극단 시민극장이 지난해 9월 별세한 故 장남수 연출을 기리기 위한 추모 공연이다. 주호성이 연출을, 고인의 아들 장경민이 제작감독을 맡는다. 아들 봉구와 아버지 영팔이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과 진실을 만나볼 수 있다.

    故 장남수와 대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인 주호성 연출은 "이 연극을 쓴 이근삼 극작가(1929~2003)는 저희가 대학교 다닐 때 교수였다. 고인이 평소 존경하고 좋아했던 그의 작품을 선정했다. 두 분의 추모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방태수 연출(77)의 '건널목 삽화'(23~27일)가 50년 만에 공연된다. 기차 건널목에서 두 사내가 털어놓는 그늘진 과거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작품은 1972년 단막을 장막으로 각색했다. 한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70)와 45년차 배우 기주봉(67)이 호흡을 맞춘다.

    유진규가 대사가 있는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40년 만이다. 그는 "20살에 '건널목 삽화다'로 데뷔했다. 50년 전 했던 철도원 역을 다시 하는데, 사실주의 작품이 아닌 부조리극이라 나이에 영향을 받지 않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냉탕과 온탕, 젊음과 늙음, 20대와 70대를 오가며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제의 마지막은 배우 손숙이 열연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원제 고요한밤, 24~27일)가 장식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푼 어머니와 다른 목적을 지닌 채 방문한 아들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연민과 무관심, 자비와 잔인함, 이기심과 사랑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한편, '제6회 늘푸른연극제'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다른 원로배우와 연출 등이 참여하는 7번째 연극제가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