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실체 기록된 '성남FC 수사일지'도 보고서에서 빠져사표 제출한 박하영 검사 의견 청취 생략… 확인 절차도 없어박은정, 성남FC 의혹 수사 땐 본인 거치도록 업무규정 바꿔
  • ▲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뉴시스
    ▲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뉴시스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성남FC 후원금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따른 수원지검 차원의 경위 조사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제출된 경위보고서를 수사 무마 의혹 당사자인 박 지청장이 직접 수정한 데다, 사안의 실체가 기록된 성남FC 수사일지도 보고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위 파악' 총장 지시 하루 만에 경위보고서 올린 신성식 지검장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지검장은 지난달 27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정례보고하며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경위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 김 총장이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보고서는 성남FC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성남지청 형사2부장검사가 작성했는데, 이를 보고받은 박 지청장이 자신의 견해를 반영해 내용 일부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부장검사가 보고 명의자를 '성남지청장'으로 바꿔 신 지검장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경위보고서에 빠진 '수사일지'… 박하영 의견 청취 과정도 안 들어가

    해당 보고서에는 성남지청의 견해도 담겼는데, 거기에는 박 지청장에게 재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던 성남지청 A검사가 작성했다는 '수사일지'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FC 관련 의혹 기록을 검토했던 A검사는 박 지청장의 보완, 재검토 지시 등을 수사단계마다 정리해 놨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로 이 일지를 주목해왔다.

    하지만 신 지검장이 대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그 내용이 빠졌고, 그에 앞서 박 지청장이 수원지검에 올리는 보고서를 직접 수정했다는 것이다. 박 지청장이 수사를 뭉갠다고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박하영 차장검사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나 확인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정, 성남FC 의혹 수사 때는 자신 거치도록 업무규정 바꿔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은정 지청장은 지난해 6~7월 대검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요청 건을 반려하고 김 총장과 직접 통화한 이후 성남지청의 위임·전결규정과 부서 업무분담도 대거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FC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라도 조사·수사하려면 박 지청장 자신을 통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지청장은 지난해 8월10일 FIU 자료 요청은 지청장 결재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전까지 FIU 자료 요청은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차장·부장검사가 결정하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주는 경우도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다른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의 경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중 일반 사건은 부장검사가, 중요 사건은 차장검사가 결재한다. 성남지청만 규정을 수정한 것이다.

    성남지청 "수사팀 의견 충실히 반영해 작성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성남지청 관계자는 지난 2일 연합뉴스에 "구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공개할 수 없지만, 수사팀이나 담당 부장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반발하거나 항의한 사실은 없다. 수사팀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작성됐다"고 해명했다.

    성남FC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행위가 있었다면 단순 경위 파악이 아닌 대검 차원의 진상조사와 감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러나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맡기는 것에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특임검사 도입, 공수처 수사 등… 대안은 많아

    이에 일각에서는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하고, 결과만 보고하는 방식으로, 특별검사와 달리 검찰총장이 대검 훈령에 따라 임명한다. 국회의 별도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이외에도 현재 공수처가 검사 관련 범죄를 전담수사하는 만큼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3일 박 지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