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3~4월에 하던 인사, 연초로 앞당겨… 정치권 "靑, 마지막까지 보은성" 비판야권 "文대통령 언급한 '말년 없는 정부'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보여준 것"
  • ▲ 안일환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임 대사 ⓒ뉴시스
    ▲ 안일환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임 대사 ⓒ뉴시스
    외교부가 지난 4일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내정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안 신임 대사 기용이 요소수 파동과 관련한 '경질성' 인사로 청와대를 떠난 지 54일 만이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안 대사가 "기획재정부 2차관을 역임한 재무·예산행정 전문가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근무를 거쳤다”며 “OECD 대사로 국익 증진에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소수 늑장대응으로 7개월 만에 靑 경제수석 물러나

    안 신임 대사는 지난해 3월 경제수석에 임명됐다가 채 1년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청와대는 "건강상 이유"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당시 안 신임 대사가 청와대 '요소수 대응 TF' 팀장이었기 때문에 요소수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당시 요소수 대란의 원인이 청와대와 소관 부처의 미흡한 대처라는 여론이 일자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1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경제 라인의 실책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유 실장은 "조금 더 일찍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 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다"고 말했다.

    안 신임 대사는 유 비서실장이 사과한 다음날인 11일 청와대 경제수석을 그만뒀다.

    57일 만에 OECD 대사로 발탁

    하지만 경제수석을 그만둔 지 57일 만에 다시 OECD 대사로 발탁되면서, 청와대가 '문책성 인사'에 따른 '보은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각종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 임명에는 일반적으로 청와대가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외교부는 안 신임 대사의 건강이 회복돼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의견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건강이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주OECD 대사직을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신임 대사의 인사 시기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춘계 공관장 인사는 매년 3~4월 발표하는데, 올해의 경우 정식 업무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인 4일 인사 발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내년 차기 정권에서 일할 인사를 전 정권에서 임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말년 없는 정부'가 어떤 것인지 이번 인사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반성 모드로 전환해야 할 판에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인사 수요나 공석 장기화 문제, 일정 등 종합적으로 여러 요소를 감안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주LA 총영사에 김영완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을, 주시애틀 총영사에 서은지 유엔 평화유지장관회의 준비기획단장을, 주시카고 총영사에 김정한 외교부 인사기획관을 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