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변호사와 기자회견, 'PD수첩' 보도 내용 반박21억 쓴 동생들 횡령죄로 고소
  • ▲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8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정희 방치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 기자
    ▲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8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정희 방치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 기자
    "간호라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신체적·정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인내를 요구한다.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딸 진희에 대한 억지와 거짓의 인신공격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5)가 프랑스에서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윤정희(77·본명 손미자)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과 윤정희의 다섯 동생들에게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백건우는 28일 오전 서울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그 동안 말을 아껴 왔다. 진실을 말로써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가 평생 음악에 전념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윤정희 방치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여름 진희가 엄마를 모시고 바캉스를 떠났던 기간 동안 윤정희 형제와 'PD수첩'은 아내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취재해 윤정희가 방치됐고 가족들에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왜곡보도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건우는 "윤정희 형제, 자매들이 그간 청와대 게시판을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주장해왔지만, 저는 여러분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영화배우 윤정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입장 표명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월 5일 윤정희의 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윤정희가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딸과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알츠하이머, 당뇨와 투병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MBC 'PD수첩'이 9월 7일 윤정희 동생들의 주장을 담은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을 방영하며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PD 수첩'은 백건우 부녀가 윤정희를 강제로 파리에 데려가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있으며, 성년후견인의 권한을 남용해 동생들의 만남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 ▲ 백건우의 법률대리인 정성복 변호사가 MBC 'PD수첩'에서 보도된 나한 신부와 윤정희 동생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백건우의 법률대리인 정성복 변호사가 MBC 'PD수첩'에서 보도된 나한 신부와 윤정희 동생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에 백건우는 2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PD수첩'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총 11억원(백건우 10억원, 백진희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조정을 신청했다. 백건우 법률대리인 정성복 변호사는 "정정보도를 요구한 사항이 40항이나 된다. 'PD수첩'은 윤정희 가족의 주장에 매몰돼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PD수첩'의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윤정희는 2019년 5월 파리에 간 이후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고 당뇨병도 정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윤정희와 동생들의 통화와 만남을 조율하는 것은 프랑스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후견협회 AST(Association Sociale Et Tutelaire Association)가 하는 것이지 딸이 정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고등법원이 윤정희와 동생들의 접견을 제한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동생들이 금지된 사진을 찍었고, 윤정희에게 새 영화 출연을 제안하는 등 혼란을 줬다. 오히려 딸은 아내가 영화배우였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칸영화제 참석 사진과 각종 영화 홍보 포스터, 트로피 등으로 집안을 꾸며놓고 회상 치료를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나한 신부와의 인터뷰에 대해 "거리가 6시간이나 걸리는 집을 방문할 때는 사전 약속을 하지 않나. 나한 신부는 윤정희 동생과 같이 방문해 만남이 거절된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나한 신부가 왔을 때 이를 수상하게 여겨 사진을 찍어 제보하기도 했다"며 현지에서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백건우는 'PD수첩' 방영 이후 딸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파파라치들이 아파트 앞에 진을 쳐서 진희가 자유롭게 생활을 못하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물어봤을 때 프랑스 방송에서 온 것처럼 얘기했고, 카메라를 돌리면서 노크를 하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너무 무례했다"고 했다.

    앞서 백건우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2003~2019년 손미애(윤정희 첫째 동생)에 맡겼던 백건우 명의의 통장에서 21억원이 사라진 것을 2019년 확인했다. 사라진 것은 '배우'가 아니라 '거액의 돈'이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어제 서울 영등포경찰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과 횡령죄로 고소했다. 동생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건우는 "현재 윤정희는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환경이 변하는 게 좋지 않다. 지금이 이상적"이라며 한국 거주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지나온 것에 대한 집착은 없다. 다만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놔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