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항모전단장, 트위터에 이지스 구축함 2척 사진 올려… 영국 해군엔 이지스함 없어이지스 구축함에 美 성조기 나부끼는데… 국방부 “미군 참여한 적 없다” 입장 고수"英 해군에 ‘백년치욕’느끼는 中 의식… 영·미 연합훈련 숨기고 싶었을 것" 분석
  • ▲ 영국 항모전단장 스티브 무어하우스 제독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가운데 세 번째.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에 성조기로 보이는 깃발이 달려 있다. ⓒ트위터 사진 크롭.
    ▲ 영국 항모전단장 스티브 무어하우스 제독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가운데 세 번째.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에 성조기로 보이는 깃발이 달려 있다. ⓒ트위터 사진 크롭.
    영국 항모전단 지휘관이 지난 8월31일부터 동해상 우리 해역에서 실시한 한영해상연합훈련에 미군 구축함이 참여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미군 구축함은 한영연합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英 항모전단 지휘관 무어하우스 준장, 트위터에 사진 4장 공개

    한국 해군과 해상연합훈련을 마친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CSG21)은 2일 일본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이번 한영연합훈련에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도 참여했다는 사진을 영국 항모전단이 공개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해당 사진은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장 스티브 무어하우스 제독(해군 준장)이 한국과 훈련 첫 날인 8월31일 지휘관 공식 트위터(https://twitter.com/smrmoorhouse?lang=en)에 올린 것이었다.

    첫 번째 사진은 국내 매체를 통해서도 전해진, 퀸엘리자베스 항모(R08)와 독도함이 나란히 항해하는 모습이다. 두 번째 사진은 항모 퀸엘리자베스함과 독도함,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군수지원함 타이드스프링함을 배경으로, 영국 해군 45형 데어링급 구축함 디펜더함이 왼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중요한 사진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이었다. 세 번째 사진을 보면 앞에서부터 타이드스프링함, 이지스 구축함, 독도함이 나란히 항행한다. 그런데 이지스 구축함에 성조기와 흡사한 깃발이 달렸다. 

    네 번째 사진은 항모 퀸엘리자베스함과 독도함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이지스 구축함 2척과 45형 구축함인 디펜더함, 군수지원함인 타이드스프링함이 따르는 모습이다.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이지스 구축함은 미 해군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김대영 연구위원은 "깃발은 성조기이고, 함정은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영국 항모에 현재 미 해병대 F-35B도 10대 탑재하고 있고, 미국 구축함도 구성요소인데 안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의 신종우 사무국장 또한 "사진 속 함정은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고, 배에 달린 깃발은 성조기"라고 분석했다.
  • ▲ 무어하우스 제독이 올린 사진 가운데 네 번째. 퀸엘리자베스함과 독도함 뒤를 따르는 2척의 이지스 구축함이 보인다. 한 척은 한국 해군이다. ⓒ해당 트위터 사진캡쳐.
    ▲ 무어하우스 제독이 올린 사진 가운데 네 번째. 퀸엘리자베스함과 독도함 뒤를 따르는 2척의 이지스 구축함이 보인다. 한 척은 한국 해군이다. ⓒ해당 트위터 사진캡쳐.
    “한영연합훈련에 미군 등은 참여하지 않는다” 밝혔던 국방부

    “최근 실시한 한영해상연합훈련에 미군 구축함은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2일 국방부에 다시 물었다. 국방부는 “8월30일 브리핑 때 이미 설명했다”며 “그 내용을 참고하라”고 답했다.

    당시 정례 브리핑에서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을 비롯한 타국 전력이 영국 항모전단 구성 요소로 일부 편성돼 있으나 이번 한영연합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타국 전력과 이번 훈련을 두고 별도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부 대변인은 이어 “따라서 일부 매체가 8월29일부터 보도한 한·미·영연합훈련을 실시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여러 나라 함정이 모인 ‘혼성 함대’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설리번함(DDG-68)과 네덜란드 호위함 에버트센함이 배속됐다. 국방부는 이 ‘혼성함대’에서 미 해군 구축함 설리번함과 네델란드 해군 호위함 에버트센은 한영연합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에버트센함은 연합훈련 당시 부산에서 보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또 퀸엘리자베스함에 탑재된 미 해병대 F-35B도 훈련 중에는 이륙하지 않는다며 "한·미·영연합훈련이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 설명대로라면, 무어하우스 제독이 트위터에 공개한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 속 이지스 구축함에 관한 의문이 생긴다. 특히 네 번째 사진에는 이지스 구축함 2척이 나란히 항행한다. 

    영국 해군은 한국·미국·일본이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 대신 이에 맞먹는 구축함을 개발했다. 그것이 45형 구축함이다. 국방부 주장대로라면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이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고, 다른 한 척은 ‘국적 불명’이 돼 버린다.
  • ▲ 미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설리번함(DDG-68). 원래 대서양 제2함대 소속이었으나 영국 항모전단이 혼성함대를 편성하면서 배속된 상태다. ⓒ미해군 공개사진.
    ▲ 미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설리번함(DDG-68). 원래 대서양 제2함대 소속이었으나 영국 항모전단이 혼성함대를 편성하면서 배속된 상태다. ⓒ미해군 공개사진.
    국방부 “해상구조훈련” 강조… 항모전단장 “중요한 해상기동작전 연습”

    무어하우스 제독은 훈련 사진 4장과 함께 “영국 해군과 한국 해군은 중요한 해상기동훈련(critical maritime manoeuvres)을 함께 실시하면서 해상에서 최상의 상호 운용성을 확인했다”며 “우리 항모전단 배치를 열성적으로 지지해준 한국 해군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 중 ‘중요한 해상기동훈련’의 의미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8월30일 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해군과 영국 항모전단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탐색·구조훈련과 해상기동군수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 당국자들도 “한영연합훈련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훈련”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항모전단이 머나먼 한반도까지 와서 해상사고 대비 훈련을 한 뒤 ‘중요한 해상기동훈련’이라고 말했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한·미·영연합훈련 밝히기를 꺼린 주체…국방부? 청와대?

    한편 무어하우스 제독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을 확인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문재인정부는 미국과 연합 훈련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대체 왜 이렇게 꺼리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국방부 안팎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2일까지 “한영연합훈련에 미 해군 구축함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일부 군 당국자는 “영국 항모전단 구성 요소인 미군 구축함은 영국 해군으로 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며칠 전에 한·미·영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청와대에서 국방부로 전화를 걸어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는 소문이 돈다”며 “당시 국방부에서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국제관계전문가인 이춘근 박사는 "최근 중국이 영국에 매우 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문재인정부와 국방부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이 늘 극복하겠다고 하는 ‘백년치욕’은 영국에 의한 것으로, 특히 영국 해군의 동아시아 배치는 중국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이 박사의 해석이다. 

    이 박사는 “미국이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 일부러 영국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독일과 프랑스까지 참여시킨 것은 중국에 중국식 패권질서를 추구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한다면 서방진영이 모두 힘을 합쳐 거덜내겠다는 것이 미국 등의 의지인데, 한국군이 이런 영국·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을 중국이 아는 것이 문재인정부로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