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처우개선 약속했지만 오리무중, 희생·헌신만 강요"… 내달 총파업 예고
  • ▲ 나순자 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 나순자 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코로나19 의료진이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의료진의 희생만 강요함에 따라 과도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가시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음달 2일부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필수유지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文 "간호사분들의 어려움 덜어 드려야"… 노조 "립서비스였나"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노조회관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방역 대책은 희생과 헌신 만으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처우 개선을 약속한) 대통령의 지시를 행정부‧여당 어디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고 있느냐"며 "그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단순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의사파업 당시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간호사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한 보건의료노조는 "실질적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대책은 오리무중이고, 끝을 알 수 없는 희생과 헌신만 강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는 의료인력 확충 요구에 대해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 대안이나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예산 핑계만 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간호사 5명 중 4명 이직 고려… "떠나는 후배 잡지 못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A씨는 "현장을 떠나는 후배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지 정부가 대답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식사를 하지도 못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 1년 넘게 유지되다 보니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떠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메르스를 경험하며 정부는 더 (처우가) 좋아질 것이라 했는데 무엇이 더 나아졌는가"라고 따져 물은 A씨는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최선을 다하는 만큼 대우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였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3교대 간호사의 80.1%가 이직을 고려하고, 신규 간호사의 42.7%가 1년 안에 일을 그만둔다. 과도한 업무, 극심한 감정노동 등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숙련된 정규직 인력을 확충하지 않고 임시 인력을 파견하는 등 땜질식 처방만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중대본 조사… 보건소 직원 10명 중 3명 우울감 호소

    실제로 정부 조사에서도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은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6월23일부터 7월9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보건소 직원 10명 중 3명이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위험군은 27.6%로 일반 국민(12.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다음달 1일까지 공공의료 및 의료인력 확충에 관한 실질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다음날인 2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 124개 지부는 17일 동시에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총 인원은 5만6000명으로, 보건의료노조 역사상 최대규모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실제로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이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