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정진웅의 행위 비난 가능성 높아"… 한동훈 "권력의 폭력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바로잡혔다"
  • ▲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독직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9기)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는 모습. ⓒ정상윤 기자
    ▲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독직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9기)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는 모습. ⓒ정상윤 기자
    '검언유착' 의혹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독직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9기)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대법원에서 확정판 결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검사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12일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독직폭행 혐의는 검찰이나 경찰 등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 폭행한 경우에 적용된다.

    한동훈 검사장 팔·어깨 잡고 소파 밑으로 눌러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정 차장검사는 소파에 앉아 있던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잡고 소파 밑으로 누르는 등 폭행을 가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심을 잃어 미끄러지면서 피해자와 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은 이후 동작을 중단하고 피해자와 물리적 접촉을 진행하지 않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던 것이 아니라 신체에 관한 유형력 행사에 관한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 "피고, 자신의 행위나 결과 반성 안 해"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뿐 스스로의 행위나 결과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인신구속 과정뿐만 아니라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에게 물리력 행사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로 인해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향해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의사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받은 치료, 의사가 치료한 조치, 치료 기간을 종합할 때 상해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정 차장검사의 결심공판에서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정 차장검사는 최후변론에서 "저는 법과 원칙만을 따랐고, 직권을 남용해 폭행하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동훈 "책임자들 감찰도 안 받아… 정상적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어"

    한 검사장은 이날 판결이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없는 죄를 덮어씌우려 한 권력의 폭력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며 "부장검사가 공무 수행 중 독직폭행해 기소돼 유죄판결까지 났는데도 1년이 넘도록 법무부·검찰의 누구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한 검사장은 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거론하며 "지휘책임자들 누구도 징계는커녕 감찰조차 받지 않았고 오히려 관련자들 모두 예외 없이 승진했다"며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바로잡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차장검사의 항소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