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회장님', 북한은 '본사'로 지칭… 지난 6월까지 김정은 선전기사 45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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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국가정보원과 경찰로부터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청주 지역 활동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지역신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대함을 선전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국정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이 올해 5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 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의 지령문을 발견했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 통해 지역 청년에게 김정은 위대성 체득"

    이 매체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은 지난 2월 보낸 지역 활동가들에게 보낸 지령문에서 이들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지역신문사를 언급하며 "신문을 통해 각 계층에 회장님의 천출위인상을 널리 소개·선전하기 위한 활동을 방법론 있게, 적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썼다.

    여기서 '회장님'은 김 위원장을 뜻한다. 북측과 피의자들은 또 북한을 '본사'라 칭했다고 한다.

    또 작년 11월에 보낸 지령문에서는 "신문을 통해 지역 청년들에게 회장님의 위대성을 깊이 체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위대성 선전에서 객관성 보장 원칙을 잘 구현하기 위한 방법과 전술을 적극 탐구해 적용하라"는 지시가 담기기도 했다.

    국정원이 파악한 올해 6월까지 이 신문에 게재된 김 위원장 선전 기사는 총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는 피의자들이 2018년 5월 작성한 대북 보고문 내용도 전했다. 해당 보고문에는 "민족 재생의 유일한 길인 조국통일과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위해(중략)… 지휘하시는 위대한 회장님께 전투적 인사를 드린다"며 "회장님의 충실한 전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뜨거운 인사를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국정원은 피의자들이 작성한 보고문을 토대로 이들이 북한의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대남공작 부서)에 포섭된 날짜도 파악 중이다. 각각 △A(57)씨 2004년 △손(47)씨 2010년이며, △B(50)씨와 C(50)씨의 정확한 포섭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해외 방문 36회 중 34번이 중국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주로 중국에서 접촉했다. A씨의 경우 2002년 이래 총 36회 해외를 방문했는데, 이 중 중국에 간 것이 34번이다. 다른 피의자들도 해외 방문지의 대부분이 중국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각자의 역할을 북한에 보고하기도 했다. A씨는 충북 노동운동이 '회장님' 의도대로 전개되도록 사상 교육을 맡았다. 손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대기업의 현장조직을 장악해 지역 청년 의식화 사업을 하겠다는 보고를 올렸다.

    B씨는 충북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에 대한 의식화 사업을 맡았고, C씨는 충북 간호사를 조직화하면서 '본사'와의 연락을 책임지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이 매체는 또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강령·규약이 북한 노동당 규약과 매우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들이 결성한 강령엔 '충북동지회는 한국 사회의 자주민주화·민족통일을 실현하며 민족·민주주의 변혁운동을 완수하는 것을 당면 과업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북한 노동당의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손씨는 모든 혐의가 조작이며, 짜맞추기 수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