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한국과 중국은 인류공동체" "짜요 중국!"… 별소리 다해도 中 '시큰둥' 文정권은 '시진핑 방한'에 매달려 끌려다니지만… 중국은 '사드 철수'에만 관심학계·언론계·연예계, 알아서 기어… 한국 무시하는 中 ‘전랑외교' 계속될 것”
  • ▲ 지난해 2월 신임장 제정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2월 신임장 제정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드 발언을 비판했다. "사드 배치는 우리 주권 문제"라고 지적한 윤 전 총장의 말을 두고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 

    싱 대사는 "천하의 대세를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며 윤 전 총장에게 '줄을 잘 서라'는 뜻으로 풀이될 말까지 했다.

    싱 대사의 내정간섭적 발언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싱 대사에게 “주의해 달라”는 당부만 했다. 

    문재인정부가 친중적 태도를 보인 경우는 이밖에도 많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대로 반중정서가 강해졌다. 이 반중정서가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까. 국제정치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에게 중국과 국내 친중파와 관련해 물었다.

    “文정부, 시진핑 방한 때문에 중국에 계속 저자세… 중국은 무관심”

    주 교수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사람들은 문재인정부의 중국을 향한 저자세를 비판했다”면서 “저자세를 보인 이유는 하나다. 바로 시진핑의 방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 유행 초기 개도국 방역을 지원한다며 중국에 46억원을 준 것부터 최근 싱 대사의 발언에 침묵한 것까지 모두 시진핑 방한 때문에 보인 저자세라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 시진핑의 방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코로나 초기 문재인정부는 중국을 향해 ‘한국과 중국은 인류공동체’라는 등 별의별 말을 다 했다. 심지어 주중 한국대사관은 현지에 ‘짜요 중국!(加由 中國, 힘내라 중국)’을 적은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모두 시진핑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환기했다. 

    주 교수는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정말 큰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면서 “정부가 중국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것을 시진핑 방한으로 연결시키려 하는데, 중국 내부에서는 그 두 가지를 전혀 별개 문제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는 사드 철수”라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세 번의 자리에서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는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정부에 ‘사드를 철수시키고, 미국의 화웨이 퇴출정책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분석한 주 교수는 “중국은 이런 기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고, 심지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했을 때도 이를 거론했는데, 문재인정부는 중국의 말뜻이 뭔지 전혀 못 알아듣는 태도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국민들의 반중정서 심하지만… 대선에 영향 끼칠지는 지켜봐야”

    주 교수의 지적처럼 문재인정부의 친중적 태도는 수많은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는 내년 대선에 영향을 끼칠까. 

    “현재 야권에서 중국을 경계하고 친중적 태도의 위험성을 인지한 점은 다행이지만, 그것이 대선에 영향을 주는 전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주 교수는 내다봤다.

    주 교수는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의 ‘사드 발언’이 주목받은 것도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사회지도층에 반발하는 국민정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야당 정치인들에게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하는 주 교수는 “야당의 정책 수립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반중정서 수위를 알면서도 중국을 의식해 발언이나 정책 수위를 상당부분 순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반중정서를 토대로 한 대선주자들의 공약이나 발언이 국민들에게는 속 시원한 기분은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주 교수는 덧붙였다.

    ‘국익’ 내세워 대중국 굴종 합리화하는 사회지도층

    주 교수는 “중국에 대한 정서는 사회지도층과 대중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반중정서가 심한 반면 사회지도층은 이상할 정도로 중국에 저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샤프파워 외교(외교·법률·경제 등 다양한 수단을 교묘하게 이용해 다른 나라 내정에까지 간섭하는 외교전략)가 한국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한 주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학계·언론계·연예계가 중국을 굉장히 두려워하고 ‘알아서 기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국제정치전문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을 하고 있다. ⓒ주재우 교수 제공.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국제정치전문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을 하고 있다. ⓒ주재우 교수 제공.
    주 교수는 그러면서 “많은 학자가 자기가 중국을 비판하면 비자 발급도 안 되는 등 무슨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 학자 중 그 정도로 타격 받을 사람은 별로 없다”며 “중국이 보복할 정도라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정도는 돼야 한다. 미안하지만 현재 중국에 찍 소리 못하는 학자들에게는 그런 국제적 영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연예계나 언론계는 오히려 지금처럼 한중교류가 어려울 때 중국을 비판해야 큰 후환이 없을 것이라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한한령이 아직 안 풀린 상황에서 중국 비자도 잘 안 나올 것이고, 설령 간다고 해도 취재나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으냐”면서 “나중에 한한령이 풀리면 중국 업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알아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주 교수는 충고했다.

    주 교수는 “하지만 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주 교수는 2006년 중국을 바라보는 대중과 사회지도층의 시각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글을 발표했다. 

    글에서 주 교수는 “국민들은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하는 것을 답답해하는데 사회지도층은 ‘국익’이나 ‘큰 그림’을 내세워 대중 저자세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후 국내 사회지도층이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묻는 설문조사 자체가 사라졌다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의 ‘전랑외교’…언론이 중국에 엎드린 한국에서 더 강해질 것

    사실 반중정서는 한국에서만 이는 것이 아니다. 현재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일본·인도 등 반중정서가 심해지는 나라가 적지 않다. 특히 그동안 사이가 좋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조차 미국·호주·인도와 ‘쿼드’를 결성해 압박하자 중국은 “중일관계는 소중하다”며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이런 모습이 ‘전랑외교(战狼外交·싸우는 늑대처럼 힘으로 상대편을 누르는 외교)’ 기조를 바꾸려는 전조라는 보도도 있었다. 

    주 교수는 그러나 “중국은 전랑외교를 통해 국내정치적으로 벌여 놓은 판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국내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려 ‘전랑외교’를 펼치며 다른 나라와 충돌하며 내부 결속을 유지해 왔는데, 이를 중단하면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주 교수는 “중국의 전랑외교는 특히 한국에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주의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가 펴낸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책을 언급했다.

    “해밀턴 교수가 낸 책은 우리에게도 많은 경고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호주와 한국의 차이점이다.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불투명한 점이 많아 중국의 샤프파워 외교가 침투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런 문제는 언론이 파헤쳐 고발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라고 주 교수는 우려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를 겨냥한 중국의 샤프파워 외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며 “(언론이 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전랑외교’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고, 그 결과 국내 반중정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8월 열린다는 베이다이허 회의… 시진핑의 고민은?
  • ▲ 지난 7월 20일 폭우로 물에 잠긴 허난성 정저우시 중심부의 징광터널. 중국 당국은 4km의 터널이 10분만에 침수됐는데 사망자가 4명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20일 폭우로 물에 잠긴 허난성 정저우시 중심부의 징광터널. 중국 당국은 4km의 터널이 10분만에 침수됐는데 사망자가 4명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현재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매년 여름 휴가철 허베이성에서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와 원로들이 참석한다. 

    주 교수는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이 공산당 원로들과 논의할 첫 번째 주제로 경제전략을 꼽았다. 중국이 내건 ‘쌍순환전략(국내시장 활성화와 해외의존도 감소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정부도 세계 공급망 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 이것은 중국의 쌍순환전략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곧 중국의 경제성장률과도 직결된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7%대로 내다본다.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침체됐던 경기가 다시 되살아나 가능한 수치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공급망 사슬에서 배제되면 이런 경제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미국과 갈등국면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주 교수는 전망했다.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 학계에서는 현재의 ‘돌돌핍인(咄咄逼人·기세등등하게 휘몰아친다)’을 뒤로 미루고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린다)’로 회귀해야 한다는 담론이 많았다”고 소개한 주 교수는 “결국 중국의 생존을 위해 미국과 정면대결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재난·재해 발생하면 희생자 수시로 바뀌는 중국… 믿을 수 있겠나”

    그렇다면 중국은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나라냐고 묻자 주 교수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희생자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중국”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1989년 5월 톈안먼 사태 때나 지난해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터진 코로나 대유행 때도 당국의 공식 발표마다 희생자 수가 계속 바뀌었던 것을 지적한 주 교수는 지난 7월 허난성 정저우에서 발생한 징광터널과 지하철 침수참사에서도 중국 당국이 뭔가를 숨기는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영상을 보면 지하철 객차 내에서 물이 목까지 차오른 상황인데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참사는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희생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주 교수는 “그런데 12명이 숨지고 500명이 생존했다? 혹시 당국이 희생자 수와 생존자 수를 바꿔 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