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 "청해부대 34진 장병들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책임 통감" 사과예비역 장교들 “청해부대 장병에 백신 공급 가능했다… 군 해명, 조목조목 비판
  • ▲ 서욱 국방장관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관련해 20일 원인철 합참의장(왼쪽), 박재민 국방차관(오른쪽)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방부 제공.
    ▲ 서욱 국방장관이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와 관련해 20일 원인철 합참의장(왼쪽), 박재민 국방차관(오른쪽)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부장관이 청해부대의 코로나19 대량감염과 관련해 20일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나 예비역 군인을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는 쉬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9일 질병관리청과 국방부가 청해부대 백신 공급 여부와 관련해 다른 내용을 발표했다 밤늦게 공동성명을 내놓은 것을 두고 ‘배후’를 의심하는 견해가 나왔다.

    서욱 국방장관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국민들께 깊은 사과”

    서 장관은 20일 오전 11시30분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서 장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국방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우리 군은 해외파병 부대원을 포함한 모든 장병들의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지난 2월 출항한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접종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한 서 장관은 “국방부는 청해부대원이 도착하는 대로 지정된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어 “아울러 그간 해외파병 부대의 방역대책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외파병 장병을 포함해 모든 장병들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대책을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묘하게 논점 흐리는 ‘국방부-질병관리청 공동 입장문’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감염과 관련해 국방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문재인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그 중 하나가 담당 부처들의 견해 변경과 말 맞추기다.

    청해부대 코로나 대량감염이 발생한 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주장은, 첫째 청해부대 파병 당시인 2월은 군 장병이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니었고, 둘째 문무대왕함 내에 백신을 보관할 시설이 없다는 점, 셋째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 넷째 코로나 백신 제조사가 계약서에서 백신의 해외 반출을 제약한다는 것이었다. 

    군 당국은 이어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과 구두협의했지만 이미 해외파병을 간 부대에 코로나 백신 접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일 오후 2시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 백신의) 해외 반출에 대해 (군 당국과)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정 청장은 “비행기를 통해 (청해부대에) 백신을 보내야 하는데 백신 유통 등이 어렵다고 판단돼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접종추진단은 이날 브리핑 도중 “국방부 대변인실에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군 당국이 청해부대에 코로나 백신을 보내기 위해 협의했다는 내용)은 국방부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 ▲ 지난 2월 충남 천안 예방접종센터 직원들이 화이자 백신을 냉동고로 옮기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충남 천안 예방접종센터 직원들이 화이자 백신을 냉동고로 옮기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백신접종추진단은 8시간30분 뒤 말을 바꿨다. 19일 오후 10시30분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은 공동성명을 냈다. 

    성명은 “국방부와 질병청은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 해외파병 장병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구두협의한 적이 있다”면서 “다만 청해부대 장병을 특정해 협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이 논점을 흐리는 ‘공동성명’을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인지 의심하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교들은 군 당국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비역들에게 조목조목 논파당하는 군 당국의 변명들

    지난 2월3일 레바논과 바레인에 파병된 우리 군 장교 2명이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바레인은 청해부대가 속한 ‘연합해군사령부(CFM)’ 주둔국이다. 예비역 장교들은 아프리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CFM과 수시로 소통하며, 바레인에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에비역 장교들은 그러면서 군 수뇌부는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해 접종하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미군이 CFM을 주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말 주한미군에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면서 카투사 장병과 한국인 직원들도 함께 접종한 점, 지난 5월에는 “한국군 장병들에게 접종해 달라”며 얀센 백신 101만 회분을 제공한 점으로 볼 때 지난해 말부터 해외주둔 부대에 백신을 공급한 미군에 청해부대 장병이 접종할 백신을 얻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예비역 장교들의 지적이다.

    문무대왕함에 코로나 백신을 보관할 장비가 없고, 아나필락시스 등 부작용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청해부대 출항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초저온을 유지하는 냉동고로만 운반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3세계도 아닌 한국군에서 이런 냉동고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예비역 장교들의 지적이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생겼을 때 대응이 어렵다는 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문무대왕함의 코로나 확진자들이 입원한 현지 병원도 시설이 우리나라만큼이나 좋다는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 19일 나왔다. 

    이 나라는 청해부대 임무지역에서 가깝다고 한다. 문무대왕함은 링스 해상작전헬기 2대를 탑재해 유사시 응급환자 후송이 가능하다. 이 헬기의 최고속도는 232km/h이며, 약 1000km를 날아갈 수 있다.

    "국제법상 해군 함정은 그 나라 영토… 백신 보내도 제약사 협의 불필요"

    군 당국의 해명 가운데 무엇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백신 해외 반출에 대해서는 제조사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 해양법에서 군함은 그 나라의 영토다. 즉, 한국에서 청해부대로 코로나 백신을 보내는 것은 ‘국내운송’이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등 해외파병 부대에 코로나 백신을 보낸 것도 같은 이치다. 제조사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예비역 장교들은 이날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에서 “청해부대 장병들이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오늘 저녁 입국할 예정”이라고 말한 점도 비판했다. 적과 싸우기도 전에 바이러스에 쓰러져 돌아오는 것을 두고 어떻게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일부 예비역 장교는 "해외파병 장병을 북한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문재인정부가 코로나 감염 탓에 파병기간 중도에 돌아오는 장병들을 놀리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