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건당국 PCR 검사 결과 301명 중 247명 양성… 수송기 급파하면서 국방부 홍보'일본 크루즈' 보고도 무대책, 작전헬기로 환자 수송 안 해… 대응 매뉴얼도 없었다
  • ▲ 청해부대원들이 탄 문무대왕함. 2019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 입항할 때 모습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해부대원들이 탄 문무대왕함. 2019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 입항할 때 모습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해부대 34진에서 우려한 대로 대량감염이 발생했다. 장병의 82%가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 

    감염병 전문가는 “지난해 일본 크루즈선,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등 선박 내 대량감염이 많았는데, 군 당국은 그런 사례를 보고도 파병부대를 위한 코로나 대응 매뉴얼도 안 만든 것 같다”며 청해부대 사태를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합참 “현지 PCR 검사 결과 301명 가운데 247명 양성, 50명 음성, 4명 판정 불가”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시간으로 19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247명으로 전날 대비 179명 증가했고, 현지 병원 입원 환자는 16명으로 1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건당국이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 247명이 양성, 50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4명은 판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18일 장병 1명이 어지러움을 호소해 현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지난 18일까지 폐렴 증세를 보여 집중관리받던 환자 3명 가운데 2명은 증세가 호전됐으며, 집중관리받는 중증 환자 1명의 경우 공중급유수송기로 한국 후송이 가능한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우리 군은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청해부대원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는 “군에서는 해외파병 부대를 위한 코로나 대응책도 안 만들었던 거냐”고 비판했다.

    김우주 교수 “청해부대 대량감염은 인재… 적 아닌 바이러스에 당한 꼴”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해부대의 대량감염을 두고 “지난 2일 코로나 의심증상 환자가 생겼다면 그때부터 코로나를 의심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군은 코로나 대응 매뉴얼도 안 만든 것 같다”면서 “군함처럼 3밀(三密, 밀폐된 공간, 밀집한 인원, 밀접한 접촉 환경) 환경에서 한 명이 감염되면 곧 대량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 ▲ 군 당국은 지난 18일 저녁 청해부대 34진 장병 전원을 귀국시키기 위해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로 보내는 '오아시스 작전'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서욱 국방장관 홍보도 했다. 사진은 '오아시스 작전'에 따라 현지로 보내는 화물을 살펴보는 서욱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 군 당국은 지난 18일 저녁 청해부대 34진 장병 전원을 귀국시키기 위해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로 보내는 '오아시스 작전'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서욱 국방장관 홍보도 했다. 사진은 '오아시스 작전'에 따라 현지로 보내는 화물을 살펴보는 서욱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김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 초기 일본·대만에서 발생한 크루즈선 대량감염, 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서의 대량감염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에서는 코로나 감염자 1명이 보통 2~3명을 감염시키지만 배와 같은 3밀 환경에서는 6~7명 이상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밀 공간인 데다 먼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탓에 근무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청해부대에는 군 당국이 파병 전후로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고 질타한 김 교수는 “청해부대 대량감염은 인재(人災)”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덴만의 경우 한국군 혼자 파병된 것도 아니고 연합국 함대와 함께 있을 텐데, 코로나 의심증상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정상 아니냐”면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는 해상작전헬기가 있다. 그건 모형이냐. 그걸로 의심환자를 후송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청해부대 대량감염은 전염병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개탄한 김 교수는 “군 당국이 코로나 사태에 무성의한 대응을 한 탓에 장병들이 적과 싸우기도 전에 전염병으로 쓰러진 셈”이라며 혀를 찼다. 

    네티즌들은 "조국 아들이 타고 있었어도 이렇게 했겠느냐"면서 분통을 쏟아냈다.

    공중급유수송기 2대 현지 급파 ‘오아시스작전’…군 당국은 장관 홍보

    군 당국은 지난 18일 저녁 KC-330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청해부대가 기항 중인 곳으로 급파했다. 문무대왕함을 국내로 운항해 오기 위한 승조원 148명, 방역·의료인력 13명, 수송기 운용요원 39명이 수송기를 타고 현지로 향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홍보자료를 뿌렸다. 서욱 국방장관이 의료물자를 둘러보는 사진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태운 수송기가 이르면 20일 오후 늦게 귀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 당국은 청해부대 장병들이 귀국하는 즉시 코로나 진단검사를 다시 실시한 뒤 치료·격리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청해부대 장병들을 격리수용할 시설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