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함장, 안보총괄점검회의 2010년 문건 공개…'北에 의한 공격' 명백한 증거 김종태 당시 기무사령관 “北 수중침투 징후 보고했는데 조치 안 해” 기강해이 질타해군 “오래 전 일, 내용 파악 중”… 국방부 “감사원 결과 따라 관련자 인사했다”
  • ▲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15일 MBC PD수첩과 중앙일보에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MBC PD수첩 관련영상 캡쳐.
    ▲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15일 MBC PD수첩과 중앙일보에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MBC PD수첩 관련영상 캡쳐.
    2010년 3월26일 밤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이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공격 징후를 미리 경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해군은 “오래 전 일이어서 현재 관련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고, 국방부는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칭 당시 기무사령관 “北 수중침투 징후 보고했지만 예하부대에 알리지 않아”

    국방부 등이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공격 징후를 미리 경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이 중앙일보와 MBC에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2010년 8월12일 해군 제2함대가 작성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일행 부대 방문 행사 결과’라는 문건에는 “천안함 폭침 발생 며칠 전 북한의 수중침투 징후를 국방부·합참에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군 2함대를 찾은 점검회의 의장단의 질문에 김종태 당시 기무사령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문건에는 이 징후가 대북 신호정보 수집을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파란색 글씨로 쓰였다.

    문건에서 당시 김 사령관은 “북한의 침투 징후를 예하 부대에 전파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합참의장에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하 부대인 함대는 상급부대로부터 (북한의 수중침투와 관련한) 사전 징후를 전파받지 못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 김 당시 사령관은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을 언급한 뒤 “군 기강해이 문제를 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국방장관은 김태영, 합참의장은 이상의 육군 대장이었다.

    해군 “10년 전 일, 내용 파악 중”... 국방부 “감사원 감사 결과 따라 조치”

    최 전 함장이 공개한 문건을 두고 해군은 16일 “그 내용은 봤다”며 “하지만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잘 모르겠다.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 별도로 알려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국방부는 “당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견해다. 국방부는 같은 날 “천안함 폭침 당시 국방부는 군 지휘보고체계와 초동조치 등에 대해 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요청했고, 그 결과에 따라 전투준비태세 소홀, 상황보고 및 전파업무 부실 등 과오가 확인된 부분에 대해 관련자를 인사조치했고, 식별된 문제점은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완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 ▲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다. ⓒ정상윤 기자.
    ▲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다. ⓒ정상윤 기자.
    천안함 폭침 전에 북한의 침투 징후를 우리 군이 파악했다는 주장은 사건 직후부터 계속 나왔다. 하지만 정부 공식 문건으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이 문건은 회의 직후 해군 수뇌부가 곧바로 파기를 지시해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최 전 함장의 말을 함께 전했다.

    "북한, 10년 동안 별러 천안함 폭침했다" 고위 탈북자 증언도

    최 전 함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나오는 터무니없는 주장들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문건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휘문고 교사 등의 (천안함 폭침과 관련한) 극단적 발언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 최 전 함장은 “이런 상황에서 군 당국과 정부가 무엇을 은폐했는지 국민들께 알릴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천안함 폭침 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돈다. 당시 미국·영국·스웨덴·호주가 한국과 함께 조사했던 보고서, 한국 자체 보고서에는 북한이 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증거들이 담겼다.

     2011년 1월에는 주간조선이 “천안함 폭침은 1999년 연평해전에서 참패한 북한이 10년 동안을 준비해 저지른 일이다. (어뢰의) 모터, 형식, 단조 형태만 봐도 북한제”라는 고위급 탈북자의 주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음모론자들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문건 출처 국가안보점검회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기초 만들어

    문건의 출처인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천안함 폭침 이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2010년 5월에 구성한 일종의 국방·안보 점검 및 자문단이다. 의장은 학자인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이 맡았지만, 의장단에는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 안광찬 전 청와대 위기관리실장,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이희원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박정성 예비역 해군 소장 등 전직 고위 장성들이 대거 참여했다.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활동한 점검회의는 같은 해 8월 30개 국방개혁과제를 담은 230쪽짜리 보고서를 내놨고, 12월에는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위기관리센터를 위기관리실로 확대 개편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실은 2013년 국가안보실로 더 확대돼 오늘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