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 A씨 재판 앞서 입장문… "모든 게 엉망진창,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오거돈 측, 양형조사 이유로 결심 연기 신청… 피해자 "오만한 태도에 역겹고 화난다"
  • ▲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데일리 DB
    ▲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데일리 DB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A씨가 8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것이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탄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오전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치상 혐의 결심공판에 앞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심정을 밝혔다.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지난해 4월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밝힌 A씨는 "출근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며, 사건 이후로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매순간 나쁜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샤워기 틀어 놓고 칼을 쥔 채로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다가 잠든 적도 여러 번이다.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 놓고 살고,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저를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 뜨는 것 보고 잔다"면서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보면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도 말했다. 

    또 "편지를 통해 피해를 변상하겠다고 한다"고 전한 A씨는 "지난 1년2개월 동안 내가 겪은 고통을 어떻게 감히 돈으로 산정하며, 초호화 변호인들을 꾸려 놓고 어떻게 그렇게도 성의 없는 사과를 할 수 있는지,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나 역겹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건 직후부터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진정한 반성 없는 합의금은 절대 받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법은 이날 오 전 시장의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었으나, 오 전 시장 측 변호인단이 양형조사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양형조사는 재판부가 형량 판결에 요소가 될 자료들을 수집하고 조사해 평가하는 제도다. 연기된 결심공판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1심 선고는 오는 29일 내려진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23일 강제추행 의혹으로 스스로 시장 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다시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와, 지난해 4월 집무실에서 또 다른 직원을 추행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기소됐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고소한 무고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