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째 24시간 전기" 평양시민 환호… 노동당 “최고존엄 덕분” 황당 자찬자재-원료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단… 아는 시민들 “언제 전기 끊길지 몰라”
  • ▲ 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취재진이 촬영한 평양 야경. 북한 매체가 자랑하는 야경은 선전용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취재진이 촬영한 평양 야경. 북한 매체가 자랑하는 야경은 선전용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양은 2017년부터 시작된 전력부족으로 밤만 되면 암흑천지였다. 그런데 지난 5월 중순부터 평양 전역에 24시간 전기가 공급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남는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평양, 2017년부터 전력난으로 밤 되면 암흑천지… 24시간 전기 공급에 주민들 환호

    평양 은정구역에 산다는 한 소식통은 “5월 중순부터 평양에 전기 공급이 원활해져 언제든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평양에서는 중구역·평천구역·모란봉구역 등 중심지역과 만수대·주체사상탑·류경호텔 등에만 전기가 공급됐다. 비교적 외곽인 은정구역·력포구역·낙랑구역·대성구역은 하루 2~6시간만 전기가 공급돼 밤이 되면 ‘암흑천지’였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2017년부터 극심해진 전력난으로 하루 몇 시간 전기가 들어올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어둠 속에서 살았던 평양시민들은 전기가 24시간 공급되자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한 이 소식통은 “몇몇 주민은 밤만 되면 어둠 속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밝은 밤을 맞게 되니 꿈만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내막 아는 평양 주민들 “또 언제 전기 공급 중단될지 몰라” 불안

    소식통은 “하지만 현재 평양 전역에 24시간 전기를 공급하는 이유가 실은 평양 소재 공장·기업소들이 자재와 원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이 남자 이를 민생용으로 돌린 것이라는 말이 돈다”며 “때문에 시민들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평양 서성구역에 산다는 소식통은 “요즘 평양 전역에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자 시민들이 모처럼 밝은 세상을 본다며 들떠 있다”면서 “일부 노동당 간부는 ‘최고존엄이 지난 2월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전력부문에 대해 특별히 지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하지만 평양의 공장·기업소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은 산업용 전기가 남아 주민들에게 차례진(돌아온) 것뿐이라며 언제까지 전기 공급이 원활할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전력부문에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평양시민들이 최근 24시간 전기 공급만 놓고 북한의 전력난이 해소된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평양 시내의 수많은 공장·기업소가 원료·자재가 없어 종업원들이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하루 종일 시간만 때우다 퇴근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지인의 지적이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쇄국’ 이후 중국서 전기 수입 대폭 줄인 북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던 북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 쇄국’을 실시한 뒤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력 문제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공개한 자료에도 드러났다. 

    RFA는 당시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인용해 “2020년 11월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량이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79만 달러(약 8억7500만원)의 전기를 수입했다. 그러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뒤로는 점점 줄어 10월에는 9500달러(약 1052만원), 11월에는 4600달러(약 510만원)으로 줄었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를 두고 “북한당국이 외화를 아끼기 위해 전기 수입량을 대폭 줄였을 수도 있지만, 전기요금을 못 내서 중국이 전기 공급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