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혜숙 임명 강행 이유엔 침묵…'배후설' 제기한 野 의원은 맹비난
  • ▲ 천안함 전사자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를 보는 김정숙 여사의 모습. ⓒKTV 방송화면 캡처
    ▲ 천안함 전사자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를 보는 김정숙 여사의 모습. ⓒKTV 방송화면 캡처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가족을 향한 야당의 '의혹설'에 매번 강한 수위로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청와대가 의혹 자체에 민감하게 대응할 게 아니라 의혹이 나오는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논란은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임혜숙 장관 임명 강행 뒤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자 조국'이라는 별명이 붙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 임명 강행을 비판하기 위한 단순 의혹 제기였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유독 민감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직접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황보승희 의원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제1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는 오보나 각종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통상적인 대응 방식과는 수위부터 차이가 난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실무근'이라는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야당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고성' 발언까지 한 것이다.

    이철희 "굉장히 악의적, 구태정치"

    이철희 정무수석도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영부인 배후설은 "굉장히 악의적 의혹"이라며 "아주 구태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허위사실 유포"라는 등 반발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당·청이 합세해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임혜숙 장관과 관련 '여성이기 때문에 장관을 임명했다'는 논란이 추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김정숙 여사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굉장히 발끈하고 있다"며 "여당 국회의원들이 청와대의 그런 것들을 변명하는 사람들인가"라고 반문했다.

    당사자인 황보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그동안 김정숙 여사가 국정에 관여한다는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 같다"며 "사실 그런 소문이 나는 이유가 뭔지 청와대는 임명 과정을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 장관 30% 비율 취지에 동의하는데 과연 꼭 임혜숙 장관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왜 안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임기 말에 단순히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다시 진단해서 공적 제도가 제대로 가동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저 농지법 위반' 의혹에도 김 여사 보호

    그동안 문 대통령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여권과 국민의힘은 충돌해 왔다. 지난 3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 퇴임 후 머물 경남 양산의 새 사저와 관련해 '허위 농업경영계획서 작성' 의혹을 제기할 때도, 실제 농사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직접 SNS에 "좀 스럽다"고 썼고, 청와대는 지난달 관저에서 열린 퇴임 청와대 참모진 고별 만찬에 김 여사가 불참한 점을 언급하며 "양산 농사일  때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를 향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각종 의혹 제기에도 친문 의원들은 앞다퉈 두 사람을 엄호하고 있다.

    靑, '순방 비판' 언론과도 충돌했다 패소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와 관련, 언론과도 충돌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2019 6월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5개월 동안 19번 출국했는데,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은 이유는 김 여사의 관광 목적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이에 청와대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고, 언중위는 직권으로 반론보도를 하라고 결정했다. 중앙일보 측이 이의를 신청하자 대통령 비서실은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까지 냈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7월 "단순히 의견이나 논평에 불과하다. 허위사실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문 대통령 가족 비판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 '과거 경험'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결정적 이유인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권양숙 여사의 뇌물 수수 혐의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중앙수사부장의 말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하자, 문 후보는 말을 자르며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입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야권은 청와대에 진정성 있는 소통을 요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산적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이 제안한 '여·야·정 민생협의체'부터 답을 주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루속히 만나 국민이 하고자 하는 진솔한 목소리를 들으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