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피해자 A씨, 아픈 곳도 없는데 진단서 제출… 혐의 증명 안돼"
  • 2년 전 숙취가 덜 풀린 상태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접촉사고를 낸 배우 채민서(40·본명 조수진·사진)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채민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부분에 대해선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해 상고했으나, 상고장에 적법한 상고이유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이유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검찰에 따르면 채민서는 2019년 3월 26일 오전 6시경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성당 인근 1㎞ 구간을 운전하고,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 정차해 있던 A(41)씨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후 A씨는 경추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전치 2주의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당시 A씨는 지인인 한의사로부터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채민서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3%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1심 "피해 정도 경미, 숙취운전 감안… 집행유예 선고"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부장판사 조아라)은 2019년 10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채민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별도의 용서를 받지 못했고, 이미 음주운전으로 3회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 차량이 정차돼 있었고, 피고인의 차량이 저속으로 주행하다 사고를 내 충격이 강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상해 정도도 가볍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사건은 숙취운전으로 발생한 것으로 구 도로교통법 처벌기준에 따른 혈중 알코올 농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피고인이 가입한 종합보험으로 피해 회복이 이뤄졌고, 동종전과가 있지만 벌금형을 넘는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진단서 신뢰도↓ 상해 사실 증명 안돼… 치상 혐의 '무죄'"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과 달리, A씨가 다쳤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채민서에게 선고하면서도 "피해 차량 운전자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음에도 '허리가 뻐근하다'고 한의사로부터 전치 2주 진단서를 발급받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며 상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음주운전으로 물적피해를 야기한 피고인이 과거에도 3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불리한 정상이 있으나, '숙취운전'으로 사고를 냈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은 제외).

    채민서는 2012년 3월과 2015년 12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의 벌금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한 건의 음주운전 사고는 시기와 내용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02년 영화 '챔피언'으로 데뷔한 채민서는 '돈텔파파', '가발', '외톨이', '망국의 이지스', '채식주의자', '숙희', '캠핑', '바벨(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사진 제공 = 레인보우미디어 / 패션매거진 b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