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판문점 회동’ 사진서 文대통령만 편집·삭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은 언급도 없어
  • ▲ 북한이 내놓은 김정은 외교활동 화보집에 실린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사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내놓은 김정은 외교활동 화보집에 실린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사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의 외교활동을 찬양하는 화보집을 공개했다. 김정은이 각국 정상과 만난 순간을 찍은 사진은 모두 실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만 편집·삭제했다. 

    이를 두고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남북관계를 국내문제로 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한국을 향한 불만을 표시하려고 일부러 문 대통령의 모습을 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 외교 선전 화보집 공개… 트럼프·푸틴·시진핑 등 모습 담겨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지난 12일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라는 화보집을 공개했다. 인터넷에도 공개된 이 화보집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김정은이 각국 정상과 만난 모습과 공식회담 당시 사진을 수록했다.

    김정은의 첫 외국방문은 2018년 3월 방중이었다. 화보집은 당시 시진핑과 김정은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2019년 4월 김정은이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때 사진도 실었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두고 화보집은 ‘친선관계’ ‘형제적 우정’ ‘동지적 신뢰’ ‘뿌리 깊은 친선’ 등으로 설명하며 우방관계임을 강조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조미(미북)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하는 장면부터 실제 회담, 공동성명 서명, 회담장 모습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발행한 기념주화와 우표, 미국 현지 언론보도 등을 찍은 사진까지 실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두고는 “역사적인 2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미북 정상회담)”이라며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면 난관과 곡절을 딛고 미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말을 실었다.
  • ▲ 판문점 회동의 원본사진. 세계 언론에는 이 사진이 실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판문점 회동의 원본사진. 세계 언론에는 이 사진이 실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방한해서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을 두고는 “뿌리 깊은 적대국으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안내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두고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찬양 화보집, 어디에도 없는 文대통령… 정세현 “당연한 일”

    그런데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과 함께 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10장에 달하는 판문점 회동 사진 가운데는 국내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세 사람이 나란히 걷는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사진을 편집해 문 대통령만 빼버렸다. "한국이 미북관계의 중재자"라던 문재인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은 대외관계와 남북관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데, 남북관계는 대외관계가 아니다”라며 “우리도 남북관계를 외교부가 안 하고 통일부가 하는 것처럼, 북한도 (남북관계 관련 업무는) 통일전선부에서 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화보집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다르다. 대부분의 언론은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문 대통령 또한 참석했음에도 (사진에서) 편집·삭제한 것은 한국에 대한 불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는, 한 전직 고위당국자의 분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