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영상 보니‥ 오토바이가 '멈춰선 김흥국 차' 스치고 지나가경찰 "도로교통공단에 '블랙박스 영상' 분석 의뢰… 2차 조사 계획"
  • '가짜 미투'로 한동안 방송계를 떠났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돌아온 가수 김흥국(62·사진)이 이번엔 뺑소니 논란에 휘말려 또다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김흥국은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사거리에서 SUV 차량을 몰고 가다, 좌측에서 우측 방향으로 직진하는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낸 뒤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떠났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6일 오전,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YTN은 "김흥국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고 전했다.

    이어 "충돌 뒤 쓰러진 3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정강이가 찢어지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사실상 오토바이 운전자가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흥국이 서울 한복판에서 오토바이를 치고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다는 YTN의 보도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매체가 이 사실을 앞다퉈 인용보도하면서 '김흥국'과 '뺑소니'라는 단어가 SNS 키워드로 등극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이 사건을 주요 화제거리로 삼으며 논란을 부추겼다.

    ■ "뺑소니를 친 게 아니라,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김흥국에 대한 여론이 비난조로 기울어질 무렵 '가해자'로 지목된 김흥국이 입을 열었다. 

    당일 정오부터 각종 매체와 인터뷰에 나선 김흥국은 자신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오히려 "접촉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로부터 과도한 금품 요구 등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흥국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도 "세게 부딪혔거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바로 차에서 내렸을 텐데, 오토바이가 잠시 멈추더니 그냥 지나갔다"며 "그래서 저도 별일이 아닌 걸로 생각해 넘어갔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흥국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비보호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상태로 있다가 자회전하려는 순간, 길을 건너는 행인이 보여 바로 멈춰 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 좌측에서 갑자기 오토바이가 나타나 차량 앞 번호판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그런데 오토바이가 잠시 멈추더니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자신도 별일이 아닌 걸로 생각해 그냥 넘어갔다는 게 김흥국의 주장이다.

    사고 장소가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였고, 오토바이가 정지 상태인 차량 앞 부분을 치고 갔다는 김흥국의 반박이 나오면서 오히려 김흥국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지 모른다는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피해자로 알려진 오토바이 운전자가 김흥국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35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실까지 보도되면서 김흥국을 옹호하거나 응원하는 댓글들이 점점 늘어났다. 

    여론이 뒤집히는 데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 6일 오후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이날 TV조선은 사고 당시 장면이 25초 정도 찍힌 김흥국의 차량 내부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면 3500만원 정도 드니 그 돈을 나한테 직접 달라"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김흥국은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에 좌회전을 시도했다. 

    비보호 좌회전은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 없이 직진 신호가 났을 경우, 반대 차선에 진행 차량이 없다면 좌회전이 가능하다는 표시를 일컫는다. 

    단, 비보호 좌회전은 반드시 녹색 신호에서만 가능하다. 이 구간에서 적색 신호일 때 좌회전하는 것은 신호 위반이다.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황색 신호에 교차로 일시정지선을 넘어 교차로 교차점까지 진입했기 때문에 신호 위반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김흥국이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다, 행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바로 차량을 세웠다는 점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분명히 멈춰선 차량을 오토바이가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김흥국이 자신은 뺑소니를 친 게 아니라 오히려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흥국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일부러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다.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차량에 부딪힌, 일종의 '자해공갈'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봤어요. 자세히 보시면 오토바이가 일부러 와서 박은 거예요.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다가오잖아요. 자기가 다가와서 탁 치고 지나갔는데, 왜 제가 뺑소니범입니까?"
  • ▲ 지난 6일 가수 김흥국의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단독 보도한 YTN 방송 화면. 사진은 YTN과의 인터뷰에 응한 오토바이 운전자(상)와, 운전자가 상해 증거로 경찰에 제출한 진단서(하). ⓒYTN 화면 캡처
    ▲ 지난 6일 가수 김흥국의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단독 보도한 YTN 방송 화면. 사진은 YTN과의 인터뷰에 응한 오토바이 운전자(상)와, 운전자가 상해 증거로 경찰에 제출한 진단서(하). ⓒYTN 화면 캡처
    ■ "오토바이 우측 부딪혔는데 '다리 안쪽' 부상이라니"

    10일 본지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 김흥국은 "또 하나 석연찮은 점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부상 부위'"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자신의 차량에 부딪혀 다리 부상을 당했다면 상식적으로 '바깥 부위'에 상처가 나야 하는데, 언론에 공개된 운전자의 부상 부위는 '다리 안쪽'이었다는 것이다.

    "오토바이 우측으로 제 차를 치고 지나갔으니 부상을 입었다면 당연히 오른 팔이나 오른 다리 '바깥쪽'에 상처가 났겠죠. 그런데 YTN 보도를 보면 오른 다리 안쪽 부위에 상처가 났더라고요. 바깥쪽은 멀쩡한데 왜 안쪽만 다칩니까?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흥국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사고 직후 행동도 수상쩍다고 말했다. 

    "저는 바로 멈춰 섰는데, 좌측에서 오던 오토바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오다, 제 승용차 앞 번호판 부분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그 운전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걸 보고, 제가 살짝 문을 열고 '운전 조심해요. 다친 데 없지요'하고 손짓을 했어요. 그런데 저를 쳐다만 보다가 그냥 가버렸어요."

    정강이가 깊게 패일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면 사고 직후 과실 여부를 두고 상대방과 다투려 드는 게 정상일 텐데, 당시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흥국은 "차량 앞부분도 거의 파손되지 않고 살짝 스친 상태라, 하려던 운동을 다 마치고 보험회사에 접촉사고 연락을 취했는데, 경찰에서 '뺑소니 신고가 들어왔으니,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게다가 오토바이 운전자가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직접 문자와 전화를 걸어와 깜짝 놀랐다"며 "어쩌면 처음부터 저를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제 차량 넘버를 기억했다가 동네 아파트를 다 뒤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주가 저인 줄 알았다고…. 아니, 차량 넘버만 갖고 차주가 누구인지 일반인이 추척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게 정말 무슨 일입니까. 무슨 스토킹도 아니고."

    김흥국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자기가 보험 일을 한 경험이 있어 잘 안다면서 뺑소니의 경우 1년 이하 유기징역에 벌금 2000만원, 변호사 비용까지 다 합치면 30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음주운전 경력까지 있으니, 가중처벌될 수도 있다고 은근히 협박을 했다"며 "사실은 몸이 많이 아프지만, 3500만원에 합의해주면, 경찰서에 가서 '별로 다친 데 없다'고 증언해주겠다는 요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 경찰, 도로교통공단에 블랙박스 영상 분석 의뢰

    사고 직후 김흥국을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 사고로 오른쪽 정강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며 전치 3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해당 진단서에는 이 운전자가 △경골비골(인대)의 염좌 및 긴장 △무릎의 열린 상처 △우측 하퇴 타박상 및 혈종(血腫) 등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기록됐다.

    사고 당일 김흥국을 소환한 경찰은 조사 결과 김흥국이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김흥국의 한 측근은 "결론은 두 차량 모두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신호 위반을 했고, 김흥국은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부딪힌 것이지, 결코 뺑소니를 친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지난 주말 경찰이 김흥국에게 '블랙박스와 인근 CCTV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2차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도로교통공단에 (김흥국 차량의)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의뢰했다"며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다시 한번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지난 6일 가수 김흥국의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단독 보도한 YTN 방송 화면. 사진은 YTN과의 인터뷰에 응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친 다리 부위를 공개한 모습. ⓒYTN 화면 캡처
    ▲ 지난 6일 가수 김흥국의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단독 보도한 YTN 방송 화면. 사진은 YTN과의 인터뷰에 응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친 다리 부위를 공개한 모습. ⓒYTN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