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층 절반은 '윤석열 비선호'… "보수 학살 윤석열" 일부 우파 경계심도 커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대권주자 선호도와 비선호도는 '좋다'와 '싫다'로 구분되는 것이어서 손등과 손바닥과 같다. 'A후보는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하면서 B후보에게는 '그 사람이 싫다'고 표현하는 것은 B후보가 그만큼 '핫'한 인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절대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지난 10~11일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대선주자 선호도와 비선호도 조사를 했다.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3.5%)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2.3%)가 뒤를 이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감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포함됐는데, 여기서도 윤 전 총장은 1위를 기록했다. 윤 총장은 22.8%였고, 선호도 조사에서 3.2%에 그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2.7%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도지사(11.2%)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10%)이 뒤를 이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이 두 사람의 비호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추 전 장관의 경우 '추·윤 갈등'이 선호도까지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호남·40대·진보층에서 尹 비선호도 압도적으로 높아

    윤 전 총장 비선호도는 권역별로는 호남(32%), 연령별로는 40대(31.9%),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42.3%)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49.8%가 윤 전 총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호남과 40대,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에서 윤 총장의 비선호도가 높게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전후로 반문(反 문재인)에 연대해 국민의힘 쪽에 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의 절반이 윤 총장에게 거부감을 드러낸 셈이어서 윤 전 총장 처지에서 보면 '제3지대 빅텐트'행과 '국민의힘 입당'행만이 선택지로 남았다.

    일부 보수층, "尹 보수 학살 입장 밝혀야 지지 가능"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윤 전 총장이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을 때 기반이 되는 지역, 바로 TK(대구·경북) 지역의 윤 전 총장을 향한 비선호도다. 대구는 윤 전 총장이 퇴임 하루 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어떤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했던 곳이기도 하다.

    TK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추 전 장관이 28.6%로 비선호도 1위를, 윤 전 총장이 17.4%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TK의 민주당 지지도가 15.2%임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 비선호도는 '7.6%+∝'가 적정수치이지만 윤 전 총장 비선호도는 의외로 높은 17.4%를 기록했다.

    보수층에서도 윤 전 총장을 선호하지 않는 유권자가 상당수 있다는 의미다. 영남지역에서 윤 전 총장 비선호도는 보수세력과의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관련이 깊다. 

    이 지역 보수층 중 상당수는 윤 총장이 적폐청산 과정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것에 적대감을 품는다. 이런 민심이 TK에서 윤 전 총장 비선호도를 상당부분 높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자신을 '극우'라고 소개한 TK지역 의원실 한 보좌관은 “집계할 수는 없지만 지역 보수층의 일부는 윤 전 총장을 '보수 학살자'로 여긴다”며 “국민의힘에서 후보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윤 전 총장에게 공천을 준다면 이들은 대의를 위해 윤 전 총장에게 표를 던지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윤 전 총장이 확실한 견해 표명을 하지 않는 지금은 TK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 걸쳐 보수층 상당수가 윤 전 총장에게 비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윤 전 총장이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의 공격을 방어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는 윤 총장이 당선되면 국민의힘 지지층이 분열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중도층과 극혐 보수층 동시에 잡아야 승산"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비선호도 조사는 확장성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지표"라며 "윤 전 총장의 선호도와 비선호도를 합치면 59% 정도인데, 이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40% 정도 된다는 의미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서 당선되려면 이 40% 중 자신에게 얼마를 가져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도층과 윤 총장을 적대시하는 보수층 일부의 표심을 잡아야 대선 깃발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해설위원은 "윤 전 총장이 40% 중 절반만 가져와도 당선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한 보수층의 비선호도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실제 대선에 출마한다면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노동전문가를 만나 청년실업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등 국정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는 중이다. 또 윤 전 총장은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특히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행보는 국민의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43.1%)는 의견이 '제3세력 출마'(27.2%) 의견보다 높게 나온 상황에서 대선 도전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윤 총장의 행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