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회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조… 한국군 ‘문재인표 국방개혁’ 위해 부대 해체하려다 연기
  • ▲ 지난 1일 미 공군 F-22 랩터와 일본 항공자위대 F-35A가 KC-135 공중급유기를 사이에 두고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주일미군 트위터 공개사진.
    ▲ 지난 1일 미 공군 F-22 랩터와 일본 항공자위대 F-35A가 KC-135 공중급유기를 사이에 두고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주일미군 트위터 공개사진.
    미국과 일본이 지난 1일 동해 북쪽 해상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한 합동훈련을 실시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만 외쳤다. 한국군은 ‘문재인표 국방개혁’에 따라 동부전선 8군단을 해체하려다 ‘수영귀순’과 한미연합훈련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계획을 2년 연기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후… 미·일 스텔스 전투기 8대 동원 대북 합동훈련

    미국과 일본의 스텔스 전투기 합동훈련 소식은 지난 6일에야 국내에 전해졌다. OBS(경기방송)는 이날 일본 자위대 자료를 인용해 “지난 1일 미 공군 F-22 랩터 4대와 4대의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가 KC-135 공중급유기 2대, 주일미군 소속 F-16C 1대와 함께 아오모리현 미사와기지에서 출발해 동해 상공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동훈련은 전술적 기량을 숙련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훈련에 참가한 F-22가 하와이에 주둔한 ‘전략자산’이라는 점, 스텔스 전투기는 8대인데 공중급유기 2대를 동원해 훈련했다는 점, 훈련 장소가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본산지인 신포조선소,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원산비행장과 거리가 1000㎞도 안 된다는 점을 두고 “오랜 시간 훈련했을 것”이라며 “이번 훈련은 북한에 적잖은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F-22와 F-35A를 탐지할 수단이 없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스텔스 전투기 8대의 동해상 훈련은 “북한 방공망을 뚫고 언제든지 SLBM이나 탄도미사일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훈련 이튿날 간단한 메시지를 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성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3월25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며 “일본은 (북한의) 그런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만 강조한 文정부

    미국과 일본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할 때 문재인정부는 중국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만 강조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출신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지난 3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 중국으로 떠날 때도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서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지난 3일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인사를 하는 정의용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일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인사를 하는 정의용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일 본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은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자 정 장관은 “우리는 중국정부가 관련 노력을 지지한 것에 감사한다”면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정 장관은 이어 “중국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된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국방부, 육군 8군단 해체 2년 연기… 경계 실패, 워게임 패배가 원인

    비슷한 시기 국방부는 육군 8군단 해체를 당초 2021년에서 2023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2월16일 ‘수영귀순’ 이후 국방부 국방개혁실 주도로 22사단과 8군단 해체 계획의 적절성 여부를 정밀점검한 결과 8군단 해체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군 소식통이 전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 일대까지 해안 경계를 맡은 23사단은 예정대로 해체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앞서 2사단 이동 및 해체를 포함해 최근의 병력 감축은 ‘국방개혁 2.0’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져온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2.0’으로 바꿨다. ‘인구절벽’을 이유로 한 병력 감축이 핵심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8군단은 2021년 12월 해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16일 22사단에서 ‘수영귀순’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22사단은 ‘수영귀순’ 외에도 ‘체조귀순’까지 대북 경계망이 계속 뚫려 문제가 됐다. 때문에 국방부는 국방개혁실을 주축으로 22사단을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실시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실시한 한미연합지휘소연습(CPX)이 8군단 해체 계획에 결정타를 날렸다. 한미연합사가 8군단과 23사단을 해체하고, 2사단을 경기도지역으로 보낸 이후를 상정해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동부전선에서 북한의 남침을 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남침을 막지 못하니 전열 재정비나 한미연합전력의 반격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반격 시기도 해병대의 적 후방 상륙작전과 때를 맞출 수 없었다.

    이런 문제가 외부로까지 알려지자 국방부는 “8군단 해체가 군 전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며 결국 8군단 해체를 연기하기로 했다는 것이 군 소식통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