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창시절 선생님이 한국 과자 먹고 역겨운 반응"… 美 타임지 기고문 화제
  • ▲ 미국 주류사회를 비판한 美 타임지 기고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수 에릭남. ⓒ뉴데일리
    ▲ 미국 주류사회를 비판한 美 타임지 기고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수 에릭남. ⓒ뉴데일리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한 8명이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아시아인 증오범죄(Asian Hate Crimes)'로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틀랜타 경찰과 시 당국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Robert Aaron Long)이 성중독(sex addiction)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며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미 수사당국이 백인 남성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중국계인 미셸 아우 주 상원의원(민주)은 "인종적 동기가 분명함에도 사실대로 규정하지 않고 무시당하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모범적 소수'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아시안에 대한 가해 행위를 증오범죄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미 사법당국의 경향을 비판했다. 조지아 주립대학(GSU)의 타냐 워싱턴 법학 교수는 "지역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 제정된 법에 따라 법리대로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번 사건을 인종적 편견에 의한 범행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로스트(LOST)'로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스타 대니얼 대 김(Daniel Dae Kim)은 지난 17일(현지시각) CNN에 출연해 "수년 전 제 여동생이 집근처에서 조깅을 하다 한 남성이 차로 들이받아 숨졌는데, 당시 검사는 증오범죄가 아닌 운전 부주의 혐의로만 가해자를 기소했다. 이것은 미국의 역사"라며 애틀랜타 총기 사건이 증오범죄가 아니라는 수사당국의 견해를 맹비난했다.

    유명 코미디언 샌드라 오(Sandra Oh)는 아예 '스톱아시안헤이트(Stop Asian Hate)' 집회에 참석해 확성기를 들고 "나는 아시아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류스타들, SNS로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캠페인 동참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들도 SNS와 인터뷰 등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타이거JK, 박재범, 타블로, 씨엘 등 K팝 스타들은 자신의 SNS에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했고, 최시원은 "이틀 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몹시 슬프다"며 "이 게시물 하나로 문제가 해결될 순 없겠지만, 모든 이들에게 증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화 '어벤져스(Avengers)' 시리즈로 인기가 높은 배우 수현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증오 범죄가 계속되는 걸 보는 게 고통스럽다"며 "날마다 사랑과 정의를 선택하라. 증오, 차별, 거짓말, 무지에 대항하는 것을 선택하라. 인종차별을 끝낼 수 있게 돕자"는 글로 대중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남(남윤도)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타임(TIME)에 'If You're Surprised by the Anti-Asian Violence in Atlanta, You Haven't Been Listening. It's Time to Hear Our Voices(이번 애틀란타 아시안 증오 범죄에 놀랐다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는 장문의 칼럼을 기고하며 전 세계 대중을 향해 "'아시안 증오범죄 공론화'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여타 한류스타들이 온라인상으로 '스톱아시안헤이트' 동참을 호소하는 데 그친 반면 에릭남은 영향력이 큰 시사주간지에 미국 주류사회와 제도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림으로써 인권 문제에 둔감해진 미국 전역에 큰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미국 주류사회를 비판한 美 타임지 기고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수 에릭남. ⓒ뉴데일리
    ▲ 미국 주류사회를 비판한 美 타임지 기고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수 에릭남. ⓒ뉴데일리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버림받았다'는 느낌 받고 있어"

    이 글에서 에릭남은 "미국 검찰과 사법당국이 이 살인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할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를 포함한 수백만의 아시아·태평양계(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 AAPI) 미국인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 우리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While prosecutors and law enforcement still debate whether to designate the murders as hate crimes, millions of Asian Americans and Pacific Islanders(AAPI), including myself, are left feeling abandoned and overwhelmed with memories of our past, the realities of our present and fears for our collective future in a country we love."

    에릭남은 "나는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살인사건 중 일부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일어났다"며 "이번 일로 충격, 슬픔, 좌절, 그리고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남은 "지난 12개월 동안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 급증했으나, 마치 이 이야기가 미국에 사는 우리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우리 커뮤니티의 도움 요청과 경고는 철저히 무시돼왔다"고 개탄했다.

    "As attacks on AAPIs have spiked over the last 12 months, the calls for help and the warning signs from our community have felt ignored—as if the stories were about people living on the other side of the world, not about your neighbors in America."

    "여전히 비주류인 'AAPI'… 배제되고, 비난받고, 살해됐다"


    에릭남 "많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불안감이나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백인 우월주의와 조직적 인종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문화의 복잡한 역사는 다양한 공동체에 의해 더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인들은 '영구적인 외국인'이자 '모범적인 소수민족'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주류사회와 완전히 통합하지 않았고, 문화와 정치에서 '괜찮다'는 미명 아래 대부분 무시돼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계로서 우리는 배제되고, 비난받고, 비방받고, 절제되고, 살해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For many, the AAPI experience is one fraught with anxiety, trauma and identity crises. A complicated history with an American culture built on white supremacy and systemic racism is further complicated by a diverse community that, itself, is not a monolith. As “perpetual foreigners” and subjects of the model minority myth, Asians are invited but not fully integrated, or just largely ignored under the guise of being “O.K.” in culture and politics. As AAPIs we have been excluded, interned, vilified, emasculated, fetishized and murdered."

    에릭남은 "우리는 미국인처럼 보이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주류사회에)받아들여지고 어울리고 싶었다"며 "그럼에도 과반수가 아니기에 군중 내에서 그저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에 "더 쉬운 이름을 지어야 했고, 부모님의 언어로 이야기해서는 안 됐다"고 말한 그는 학창시절 학교에 가져간 한국 과자를 맛본 선생님이 역겨운 반응을 보여 반 친구들의 비웃음을 샀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We wanted to be seen as American. We wanted to be accepted and celebrated just like everyone else. We wanted to fit in. And yet—our hair was different, our homes didn’t speak English, and because we were not of the majority, many of us felt that we should just be thankful. It wasn’t their fault. We should have easier names. We shouldn’t speak in our parents’ languages. We shouldn’t bring our snacks to school, because your teacher will ask to try it, feign disgust and throw it away in front of your laughing peers, as happened to me once. “Yan Yan in the can can,” she said to me."

    "뺑소니 사고 가해자가 창문 치며 '인종차별 욕설'"

    또 에릭남은 "10대 때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인)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우리 차량 창문을 주먹으로 치며 'You dumbass mother fxxking chxxk(인종차별 욕설)'라는 욕설을 퍼부었다"며 "그 순간 정말로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신은 이런 가해자에게 사과하고 싶으냐"고 반문한 에릭남은 "애틀랜타 총기 사건 용의자를 '성중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백인 특권의 극치다. 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당신들의 성중독 배출구이자 희생자가 돼야 하나? 어떻게 감히"라고 분개했다.

    "As a victim of a hit-and-run incident as a young teenager, I actually questioned if my mom was in the wrong when the driver got out of his car, slammed his fists on our window and screamed at my mother, “You dumbass motherf-cking ch-nk!” I’m Korean, by the way.

    To dehumanize the lives of eight individuals because someone was, as the sheriff’s department spokesman put it, “having a bad day” or to blame their actions on “sex addiction” is the height of white privilege and reveals the depth of the over-sexualization—and objectification—of an entire race’s gender. Why are women of our community the outlet for and victims of your sexual addiction? How dare you."

    에릭남은 "그동안 우리는 항상 도움을 호소했지만 당신들은 듣지 않았다"며 "이제는 우리의 말을 들어 달라. 우리 중 한 명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변화를 위해 모두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Several still ask, “Why haven’t you said anything?” Let’s be very clear: we have always been pleading for your help, perhaps more than ever over the past year. You did not listen. You did not hear us. Please hear us now because being silent now is being complicit.

    We are hurt, exhausted, full of sorrow and angry—rightfully so. But we must continue to persevere. We must all continue to be active in creating the change that we so badly want and need for ourselves and our future gener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