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서 교사 사진 돌려보고 내다 팔아도 학교는 쉬쉬… 교원단체 "교권 보호 대책 시급"
  • ▲ 원격수업이 학교현장에서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교사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뉴시스
    ▲ 원격수업이 학교현장에서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교사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교육현장에 자리 잡으면서 엉뚱하게 '교사 초상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 장면을 캡처해 신상정보와 함께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격수업 맞춤형 교권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격수업을 본격 도입한 직후부터 교사들 사이에서는 초상권 침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9년 성 착취물 제작과 유포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텔레그램 'N번방'에 현직 교사 사진이 올라오는 '교사방'이 운영된 것도 걱정을 키웠다.

    교육부, 초상권 침해 강경 대응 시사했지만 효과 無

    교육부는 지난해 초 '원격수업 중 선생님이나 친구를 무단으로 촬영해 배포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원격수업 10대 실천수칙'을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또 교사 얼굴을 위‧변조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퇴학까지 경고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원격수업을 하는 교사를 분양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큰 논란이 됐다. 

    게시자는 "입양하시면 10만 원 드림. 진지하니까 잼민이(초등학생 비하 단어) 드립 치면 신고함"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원격수업 중인 교사의 사진까지 첨부했다. 현재 이 글을 올린 계정은 정책 위반 사유로 이용 정지 상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이날 통화에서 "이전에도 학부모가 원격수업 중인 교사의 사진을 찍어 다른 학부모들과 공유한다거나 학생들이 교사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캡처해 단체 채팅방에서 돌려보는 등 교사 초상권 침해가 계속됐다"며 "교육당국이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앞으로는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사 651명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당한 경험 있다"

    교사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원격수업으로 인한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를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 2일 공개한 '원격수업 중 교사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8435명 가운데 92.9%인 7832명이 '초상권이나 인격권 침해를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교사의 7.7%인 651명은 '원격수업과 관련해 초상권과 인격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사례는 총 1104건이 접수됐고, 이 중 41건은 성희롱에 해당했다. 

    이에 설문 참여 교사의 97.2%는 '학교 교칙에 원격수업을 통한 초상권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를 제재할 수 있는 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교는 선처 종용, 교사들만 '끙끙'

    그러나 현실에서 교사가 초상권 등의 침해를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가 불거지면 학교 전체의 신뢰도 역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가 교사의 초상권을 침해한 사례를 적발해도 선처하는 식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수도권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학생이 교사 얼굴을 캡처해 유포하고 성희롱 발언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학교는 일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선처하라고 종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 얼굴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니 불안하고 두렵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교육부와 교육청이 적극 대응하라"

    교원단체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초상권 문제와 관련한 지속적인 교육과 계도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조언한다. 현재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민법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피해 교사가 정상적인 학교 수업과 소송 절차를 병행하기는 힘들어서다. 게다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심리적 부담감이 커 법적 조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권을 함부로 활용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학생들에게 꾸준히 교육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 초상권 피해 문제를 각 학교나 교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예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