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권남용 혐의로 박범계 고발… 법조계 "文 재가 상관 없이 직권남용 해당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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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없이 검찰 고위급 인사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인사전횡'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청와대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 복귀를 계기로 사태 수습에 애쓰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박 장관의 위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짙다. 청와대 주장대로 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더라도, 박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 수석을 '패싱'한 것만으로도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다.법세련 "박 장관 인사, 적법절차 거치지 않았다" 대검에 고발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는 22일 박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장관의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박 장관이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남용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지난 20일 박 장관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앞서 문 대통령의 재가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의혹이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문제 삼아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 감찰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사후 승인' 형태로 박 장관의 인사를 승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청와대는 이와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신 수석도 22일 사의를 거둬들이고 직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구체적 인사 과정과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은 밝혀지지 않아 일각의 의혹은 증폭되는 상황이다.법세련은 "대통령 재가 없이 장관이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며, 대단히 심각한 국정농단이자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대통령은 인사권을 침해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박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하며,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박 장관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구체적 인사 과정 '오리무중'… "사후승인 사실이라면 중대 위법"법조계에서도 박 장관의 독단인사와 문 대통령의 사후승인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검찰청법 34조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통상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과 조율을 거쳐 최종 인사안을 대통령에게 상신한다.그러나 당일 신 수석은 박 장관의 인사 발표 전까지 최종 인사안을 몰랐다. 대통령과 장관의 '창구' 역할인 신 수석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문 대통령도 몰랐거나 제3의 경로를 통해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장관이 인사를 발표하고, 사후에 결재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박 장관이 제3의 경로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신 수석과 윤 총장을 결과적으로 패싱한 셈이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