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권남용 혐의로 박범계 고발… 법조계 "文 재가 상관 없이 직권남용 해당돼"
  • ▲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없이 검찰 고위급 인사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인사전횡'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청와대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 복귀를 계기로 사태 수습에 애쓰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박 장관의 위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짙다. 청와대 주장대로 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더라도, 박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 수석을 '패싱'한 것만으로도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다. 

    법세련 "박 장관 인사, 적법절차 거치지 않았다" 대검에 고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는 22일 박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장관의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박 장관이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남용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일 박 장관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앞서 문 대통령의 재가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의혹이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문제 삼아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 감찰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사후 승인' 형태로 박 장관의 인사를 승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신 수석도 22일 사의를 거둬들이고 직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구체적 인사 과정과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은 밝혀지지 않아 일각의 의혹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법세련은 "대통령 재가 없이 장관이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며, 대단히 심각한 국정농단이자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대통령은 인사권을 침해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박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하며,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박 장관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 인사 과정 '오리무중'… "사후승인 사실이라면 중대 위법" 

    법조계에서도 박 장관의 독단인사와 문 대통령의 사후승인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청법 34조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통상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과 조율을 거쳐 최종 인사안을 대통령에게 상신한다. 

    그러나 당일 신 수석은 박 장관의 인사 발표 전까지 최종 인사안을 몰랐다. 대통령과 장관의 '창구' 역할인 신 수석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문 대통령도 몰랐거나 제3의 경로를 통해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장관이 인사를 발표하고, 사후에 결재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박 장관이 제3의 경로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신 수석과 윤 총장을 결과적으로 패싱한 셈이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