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6조원 규모 '숨트론' 민생지원"…조은희 "나경원, '허경영' 될까 걱정"
  •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좌측)·조은희 예비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좌측)·조은희 예비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예비후보가 19일 당내 제2차 맞수토론에서 상대방의 공약을 치열하게 검증했다.

    1차 토론회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예비후보와 '남매 케미'를 보여줬던 조 예비후보는 이날 작심한 듯 나 예비후보를 시종 몰아붙이며 "독할지는 몰라도 섬세하지는 않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나 예비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독하게 섬세하게'를 역으로 이용해 견제한 것이다.

    "백신 셔틀버스 실효성 있나"…"글로벌 네트워크 가동할 것"

    나·조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1 대 1 맞수토론에서 백신·부동산·민생경제 등과 관련한 '공약 배틀'을 벌이며 치열하게 맞붙었다.

    조 예비후보는 우한코로나(코로나19) 대책과 '백신 확보' 문제와 관련, 나 예비후보의 '백신 셔틀버스' 공약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에 나 예비후보는 "백신 접종 셔틀버스를 비롯해 어디서나 손쉽게 맞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장이 되면 정부에서 구하지 못한 백신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확보하러 뛰겠다"고 말했다.

    나 예비후보는 조 예비후보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30분 쉬었다 가야 하는데 좀 더 섬세하시면 좋겠다"고 지적하자 "집 가까이 셔틀버스에서 맞게 해드리고 '장롱면허' 간호사를 집집마다 파견하는 (방안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또 "접종센터와 셔틀버스를 병행하겠다"고도 설명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나 예비후보가 먼저 운을 뗐다. 나 예비후보는 "(조 예비후보의)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을 보니 2조원 재원을 통해 (분기별로) 10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자영업자들 숨을 틔워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예비후보는 "자영업자와 문화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4조원"이라며 "핵심은 구제하듯이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법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선거만 되면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권리로 해야 한다. 서울시는 4조원의 예산을 들여 마중물로 더하겠다"고 답했다.

    나 예비후보가 "보상하는 것은 손실에 따라 다르게 해야지,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보상 개념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조 예비후보는 질문의 방향을 나 예비후보의 '숨트론'으로 돌렸다.

    '숨트론'은 6조원 규모의 '민생긴급구조기금'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및 경영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나 예비후보가 내놓은 공약이다. 우한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기간인 최대 8년 동안 최저 금리로 1인당 최대 5000만원을 대출해준다는 방침이다.

    조은희 "수치 외우고 오셨나… 장학퀴즈 같다"

    그러나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를 향해 "오신환 후보가 나 후보를 향해 '나경영'이라고 할 때 메타포라고 생각했는데 나 후보의 공약에서 재원을 보면 정말 '허경영(국가혁명당 대표)'이 될까봐 걱정된다"며 "전체를 다 보니 (6조원뿐만 아니라) 최소 15조~17조원"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가 "계산을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자 "독할지는 몰라도 섬세하지는 않다"고 응대했다. 이에 나 예비후보가 '숨트론' 공약을 재차 설명하자 조 예비후보는 "공약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성 조언을 했다.

    또 조 예비후보가 여러 수치를 인용하자 나 예비후보는 "숫자를 너무 잘 아신다. 숫자를 정확히 아는 것이 좋지만, 세세한 것은 사실 실무자가 잘 알면 된다"고 반박했고, 조 예비후보는 "아, 제가 실무자라는 말인가"라고 받아쳤다.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공방을 주고 받던 중에는 나 예비후보가 "하도 수치를 물어보니까 '박원순 10년' 동안 아파트 1년에 몇 채씩 공급됐는지 아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예비후보는 "3만~4만 가구"라고 답하면서 나 예비후보를 향해 "외우고 오셨나. 저는 몰라도 대답한다. 장학퀴즈 같다"고 꼬집었다.

    나 예비후보는 부동산정책과 관련 "제가 10년에 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5년이라는 기간 동안에는 아파트를 그렇게 빨리 공급하기가 어렵다"면서 "제 핵심은 원더풀, 즉 '원하는 곳에 더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 풀어줘서 민간 공급 아파트 40만 가구를 만들고 임대아파트를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민간임대도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 예비후보는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했다. 조 예비후보는 "(시민들이) 문재인정부의 공급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재인정부와 똑같이 10년이 돼야 공급한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나 예비후보는 "인구가 이미 지난해부터 감소하는데, 저는 10년 계획 이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중재 나서기도… 나경원 "1 대 3으로 싸운다"

    마무리 발언에서 나 예비후보는 "저는 4선 정치인을 하면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저출산·고령화특위, 야당 원내대표를 거치는 등 모든 현안을 조정했다"며 '노련함'을 강조했다. 반면, 조 예비후보는 "야무지고 일 잘하고 당찬 후보가 나서서 일을 잘하면 민심을 얻는다"며 '참신함'을 내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가 중재에 나서야 할 만큼 두 예비후보 간 날 선 견제구가 오갔다. 나 예비후보는 조 예비후보의 질문에 답하던 중 '끼어들기'가 반복되자 "저한테 말할 기회를 주시라"고 불만을 표했고, "오세훈 후보와 토론할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 확실히 1 대 3 구도"라고 받아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편, 이날 당원과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은 '나경원·조은희 후보 토론회'에서 나 예비후보를 승자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