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성과도 없는 혁신학교 양적 확대에 치중"…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양적 확대 정책 폐기해야"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확대를 고집하자 교육계와 서울시교육청 산하 연구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확대를 고집하자 교육계와 서울시교육청 산하 연구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데일리 DB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그간 수차례 무산된 적 있는 '혁신학교' 확대를 고집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교육계에서는 객관적인 성과 지표도 없는 혁신학교에 예산이 몰려 일반학교가 차별받고 있다고 반발한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 산하 연구원에서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조희연, 2025년까지 혁신학교 50곳 추가 지정 공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5일 신년 가자회견에서 오는 2025년까지 혁신학교 50곳을 새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와 학생·교원이 협력하는 '마을결합혁신학교'를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2곳씩 지정하는 게 목표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시절 처음 도입됐다. 현재 서울의 혁신학교 수는 총 226곳이다.

    혁신학교 도입 초기에는 체험·토론·참여 위주 수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2016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혁신고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게 나오는 등 학력 부진 인식이 생기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게 됐다.

    실제 최근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이 여러 번 철회‧취소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신설 초등학교와 중학교 3곳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2019년 5월에는 서울 강남 대곡초·개일초와 광진 양진초 등이 혁신학교 공모 신청을 진행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동구 강동고와 서초구 경원중이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다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의 격한 항의에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성과 없는데 양적 확대에만 치중… 일반학교와 예산 차별도"

    교원단체들은 조 교육감이 성과도 없는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에 치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에 예산을 집중해 일반학교 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19일 본지 통화에서 "혁신학교가 출범한 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운영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운영 성과부터 제대로 측정해 성과가 있다면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성과가 없다면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숫자를 늘리는 데 애쓰기 전에 질적 관리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또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혁신학교 1곳당 1억 5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일반학교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며 "이는 일반학교 학생들이 혁신학교 학생들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적어지는 명백한 차별"이라고도 주장했다.

    "민주성 표방하는 혁신학교… 강제 배정으로 학습권 침해"

    민주성을 앞세운 혁신학교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학생들이 혁신학교 진학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에 따라 강제 배정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있다.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뒤 설명회 참여 인원 50%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투표에 참여한 학부모가 몇 명이든 과반 이상의 찬성표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단 몇 표로도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 본부장은 "혁신학교 신청 투표 조건에 전체 학부모의 과반수 이상 참석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지금처럼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학부모들은 반대하는 혁신학교 지정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증거"라고 전했다.

    시교육청 산하 연구원도 "혁신학교 양적 확대 정책 폐기해야"

    '혁신학교 양적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자발적 전환 시 지원하는 '자율 육성'을 채택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연구진에 위탁 수행해 펴낸 '서울 혁신교육 정책 10년 연구 보고서'는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 정책은 폐기한다"며 "다만, 비혁신학교 중 자발적으로 혁신학교로 전환하고자 하는 학교는 지원한다"는 내용의 정책 방안을 담고 있다.

    또 연구진은 2018년 송파구 혁신학교 지정 반대 학부모 청원으로 시작된 '송파 헬리오시티 사태'를 언급하며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학력 저하 문제를 외면한 채 성급하게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는 조희연 교육감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도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충분한 시간 들여 소통 강화할 것"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지적들과 관련해, 향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학부모와 주민들이 '혁신'이라는 단어로 인해 많은 오해를 하신 것 같다"며 "올해부터는 '마을결합혁신학교'로 이름을 바꾼 만큼 서두르지 않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단위 협의체 구성과 함께 권역별 토론회도 진행해 주민들의 걱정을 충분히 수렴하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기초 학력 보장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