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북핵 문제서 무의지·무기력·역부족”…국제관계 전문가 “中, 韓 끌어들이려 할 것”
  • ▲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신시대 중국 국정운영의 평가와 미래 한중관계 재도약의 협력방안 포럼'에 나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주한중국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시진핑의 외교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이 행사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한중국대사관 공개사진.
    ▲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신시대 중국 국정운영의 평가와 미래 한중관계 재도약의 협력방안 포럼'에 나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주한중국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시진핑의 외교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이 행사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한중국대사관 공개사진.
    중국 상하이 소재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이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중, 북핵 문제에서 무의지·무기력·역부족의 표류 상태”라고 비판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끌어당기고 북한은 달래며 미국은 밀쳐내려는 중국의 전략을 반영한 보고서”라고 풀이했다.

    “한국, 미북-미중 관계서 비중·지위 하락…국내문제까지 겹쳐”

    “중국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은 지난 1월 내놓은 ‘2021년 국제전략보고서: 위기 국면과 새로운 국면’을 통해 한국 외교를 혹독하게 평가했다”고 <중앙일보>가 17일 전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이 한반도 상황을 대하면서, 무의지·무기력·역부족에 빠졌다고 주장한 정지융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연구센터 주임교수는 “한국은 한반도 정세를 장악할 능력을 잃었으며, 미북 게임에서 비중과 지위가 계속 하락할 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으로 양다리 걸치기 책략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다툼이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경제 문제에서도 쓸 만한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을 가혹하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외교·내치·경제 모두 북한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무한 반복하는 악순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남북문제에서 한국은 보기 드문 제로(0)교류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가 이끈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은 완전히 실패작이라는 평가였다.

    보고서의 숨은 뜻 “한국 당기고, 북한 달래고, 미국 밀쳐낸다”

    반면 정 교수는 북한은 높게 평가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교체에 따라 북한은 과거 ‘고슴도치 책략(주변은 제압하지는 못하지만 침략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군사전략)’에서 트럼프 때는 ‘양파껍질 책략’으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팃포탯(일진일퇴로 주고 받는)’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북한의 제8차 노동당 대회를 두고 “인내심과 대등한 맞대응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호적으로 바꾸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정 교수는 “바이든 외교팀은 과거 대북정책을 분석하면서 ‘중국이 개입하면 미국이 더 많이 잃고, 중국이 덜 개입하면 미국이 많이 얻었다’고 평가한다”며 “바이든 정부에게 북한은 ‘지체할 수 없는 위협’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카드’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 교수의 보고서 소제목은 “바이든 정부의 대한반도 3대 정책: 북한은 당기고, 한국은 어르고, 중국은 밀쳐낸다”였다.

    “이를 두고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보고서에서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담겨 있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을 당기고, 북한을 달래고, 미국은 밀쳐내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하기를 기다린 뒤 역공을 펼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신문은 정지융 교수가 속한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이 2019년부터 중국 외교부의 정책연구 중점협력기구로 지정됐다면서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현재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 당국의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국 달래며 끌어들이기, 시작됐나

    중국이 실제로 한국을 달래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와 한미동맹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며 “한국이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를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차리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소집단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고립을 조성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며 한미일 협력 강화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김치 원조’ 논쟁과 ‘조선족 논쟁’에 대해서도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에는 조선족도 있다”면서 “(김치 종주국 같은 걸) 따질 게 아니라 양국 유대의 요소로 여겼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 국민의 감정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싱 대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국내 친중파들이 주장해 온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이라는 논리를 계속 유지해도 좋지만 언젠가는 중국과 나란히 서게 될 것이라는 말로 해석될 여지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