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법률·대법원 판례 모두 '조국 딸=징계' 밝혀… "우리 사회 도덕적 아노미의 표상"
  •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가 한일병원 인턴 전형에 응시했다는 사실이 3일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국립중앙의료원 면접에서 탈락한 이후 또 다시 의사 채용에 지원한 것이다.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확인했는데도 이처럼 의사 활동을 이어나가려 하자 곳곳에서 비난이 터져 나온다.

    조민 씨가 의료법인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인턴직에 지원한 사실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통해 알려졌다. 임현태 회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2일) 밤 늦게 조민이 한일병원 인턴에 추가 응시할 것이란 제보를 받았다"며 조민 씨의 '응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공개했다. 

    임현태 회장은 한일병원에 보내는 이 공문에서 조민 씨의 응시 자격 박탈이 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정경심 판결문, 고등교육법, 부산대 학칙, 대법원 판례 모두 "조민=징계 대상"

    먼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법원은 2020년 12월 23일 선고된 조민의 어머니 정경심에 대한 판결문에서 조민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증빙서류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 전제로 조민이 허위내용이 기재된 자기소개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데 정경심이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조민과 정경심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등교육법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은 "대학의 장은 입학을 허가한 학생이 입학전형에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입학을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대 학칙 역시 제41조의2에서 "총장은 입학이 허가된 자가 본교에서 정한 입학전형 사항을 위반하였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대법원 판례다. 지난 2006년 7월 13일 대법원은 '합격 및 입학 취소 무효 확인' 판결(2006다23817)에서 "응시자는 물론,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게 될 응시자 역시 위 규정(신입생 모집요강)에서 불합격처리 대상자로 정하고 있는 '기타 부정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를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에 적용해보면, 모친인 정경심 씨의 입학 서류 조작 사실만으로도 입학 취소 사유가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무죄추정은 형사책임상 원칙… 기소됐을 때 이미 징계했어야"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조민 씨 징계를 미루고 있는 부산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첫째,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기소가 됐는데 무죄가 되는 경우가 3.5%다. 1심에서 유죄인데 최종심에서 무죄가 되는 경우는 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또 "둘째, 부산대 의전원이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책임상의 원칙이다. 일반 사회활동에서는 기소가 된 것만으로도 징계가 이뤄지는 게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어 "셋째, 입시비리가 드러난 학생 중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려 입학 취소한 경우가 한 건이라도 있었나. 형평의 원칙을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사회 도덕적 아노미 현상이 일반화되는 대표적 현상"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경심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씨는 자기소개서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고, 허위 증명서를 첨부하였으며, 이를 본인이 제출하였고, 나아가 면접 전형 등에서 적극적으로 그 사실을 진술한 사실관계가 뚜렷하게 나와 있다"며 "이는 모친뿐 아니라 조민 씨 본인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목 교수는 이어 "지금 우리사회의 문제의 핵심은 권력형 불법·탈법을 떠나 도덕적 아노미(anomie)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형식상 자격을 갖춘 의사가 인턴지원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당사자가 자숙해야 하는 것은 도덕적 요구"라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