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경제·인권·근거 중심'으로 개편" 토론회… "해외에 비해 불공정·강도 높다"
  • ▲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2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경제·인권·근거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며 새로운 대책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가 실시한 거리두기 정책이 외국과 비교해 불공정하고 강도가 높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거리두기로 인해 식당·학교 등이 장기간 문을 닫는 등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피해보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현재 준비 중인 3차 거리두기 개편에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역 전문가 및 경제 전문가들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전반전 평가와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거리두기, 진짜 감염 줄였나 의문… 단체 기합 그만둬야"

    권만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거리두기 대책이 확진자를 얼마나 줄였는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방역 대책 강도가 높아지면 확진자 수가 낮아지길 기대하지만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만을 보고 거리두기가 사회적으로 어떤 비용이 드는지는 고민을 안 한다"고 질타했다. 또 “지나치게 방역이나 거리두기에 매몰되지 않고 의료 체계를 고민한다면 사회적 비용 지출은 적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대책에 대해 “국가가 가게 문은 닫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다수의 선량한 시설도 문을 닫게 하는 단체기합 방식”이라는 게 김윤 교수의 평가다.

    김윤 교수는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여러 시설이 문을 닫았고 밤 9시 이후에는 영업을 못하는 등 제한을 받았다"며 "집단감염은 대부분 종합병원, 주간보호시설 등 거리두기로 규제하지 않는 시설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자영업자·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특정 계층에 집중됨에도 경제적 피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윤 교수는 거리두기 조치가 지나쳤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 폭발 단계를 인구 10만 명당 25명, 즉 1만2960명 수준으로 규정한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 거리두기 단계를 과도하고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시행하면 확진자는 감소하겠지만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확진자는 적은데 높은 거리두기 단계 적용"

    김윤 교수는 또 "방역지침을 안 지키는 교회나 요양병원이 거리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라며 "국가가 제대로 관리할 시설에 방역지침을 강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을, 나머지 국민들이 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삶을 사는 것으로 메꿔주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가별 거리두기 강도를 숫자로 나타낼 경우 일본은 33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47에 해당한다.
  • ▲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김윤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재정적 요건을 고려해도 거리두기 보상이 박하다"며 "독일과 일본 등은 문을 닫아도 생계 고민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호주머니가 화수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계속된 거리두기로 국민들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피로감이 과도하게 누적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 2.5단계 올리는 방향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줬다"며 "초기에 강하게 하고 낮춰나가는 게 피로감을 덜 느끼고 효과를 더 보고 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밝혔다.

    나백주 교수는 "유행이 벌어지면 어디서 확산이 이뤄지는지를 포착해 그 부분에서 거리두기가 강하게 있어야 한다"며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효과를 긍정했다. 그러면서도 "현행 단계가 과연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한계 넘어… 보상 필요" 한 목소리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자영업자나 영세한 분들,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분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영업 제한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방역당국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작년엔 '연말에 끝나겠지' 하며 참을 수 있었는데 올해 들면서 한계를 넘어섰다. 한계를 넘어서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가계부채의 40%가량이 자영업 부채다. 장사 규모를 늘리겠다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적자 메우기에 급급한 식의 부채라면 앞으로 악성 부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희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저녁이 자영업자 수입이 많은 시간이라 저녁 9시 이후 영업 제한은 큰 악영향을 미친다"며 "감염이 늘어난 정도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장기전을 염두에 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에 정부도 대체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를 세분화할수록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개편하기 위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고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희생에 있어 영세·자영업자 시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보다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해, 국민 개개인이 피해를 보더라도 시설 영업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며 "위험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집합금지를 해제하고 위험도 높은 곳을 집중 관리하는 부분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복지부는 다음주 2차 토론회를 열고 자영업·소상공인 등 관계자들과 함께 서민경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계 부처와 함께 집합금지·제한 업종의 협회, 단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현장 의견도 별도 청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