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日에 먼저 전화해 北핵 문제 논의… 美 국무 "中 공산당에 맞서자" 필리핀에 전화
  •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친중' 발언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간 통화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금요일인 29일에도 일정을 공지하지 않아 주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과 정상 통화를 가질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후보자도 28일 "제가 알기로는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 우방 정상들과 통화를 마쳤다. 이어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북아에 위치한 미국의 동맹이지만, 다음날인 29일에도 미국은 한국과 일정 조율을 마치지 않은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스가 총리와 통화한 후 30분 만에 문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은 같은 시간대를 쓰는 한·일 정상과 통화를 한국시간 오전 또는 오후 9시를 전후해 했던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오전 9시는 미국 워싱턴 기준 오후 7시로, 양국 모두 통상적인 업무시간이다.

    한·일 시간 같지만 격차 둔 美

    외교관들 사이에서 통하는 격언 중에 "외교는 의전이고, 의전은 순서"라는 말이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첫 정상 통화의 순서에 자신이 추진할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반영했다. 중동지역 긴장 해결을 원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중동 국가들과 가장 먼저 통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정상 통화 행보에 따라 아시아 정책의 우선순위를 한국보다 일본에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축하"라는 발언으로 확인된 문 대통령의 친중 기조가 '반중 전선'을 형성하고자 하는 미국의 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7일 한·중 정상 통화를 "한국을 민주국가들의 반중 연합에 끌어들이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중국의 공세"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2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PRC)의 압박에 맞서 동남아 국가들과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며 직접 중국을 견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인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중국)에 베팅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한 바 있다.

    바이든, 日과 북한·비핵화 우선 논의

    다가오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는 동북아 안보협력 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가 충분히 미국의 바이든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여전히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미대화를, 또는 북미문제 해결을 (바이든정부가) 뒷순위로 미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일본과 먼저 통화하면서 언급했다. 백악관은 28일 "바이든·스가 두 정상이 중국과 북한을 포함해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이틀 전인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