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재가입·100일 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좌익 역사교육 막는 ‘1776 위원회’해산도
  • ▲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15개의 행정명령과 2개의 행정지시에 서명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이 전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폈던 정책을 뒤집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장벽 건설중단·월세 안 낸 세입자 퇴거 금지 등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이민 정책을 손봤다. 그는 인신매매 차단을 위한 멕시코 국경지역 장벽 건설을 즉각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멕시코 마약카르텔은 최근 수 년 사이 마약보다는 밀입국 장사에 집중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돈은 다시 멕시코 내 범죄, 미국 내 마약유통에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국경장벽을 설치한다고 밝혔었다.

    불법체류자 부모를 따라 입국한 청소년들, 일명 ‘드리머’를 위한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불법체류자 1100만명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도 제정하려 한다. 이란·예멘·시리아·리비아·소말리아 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미국 입국 제한조치도 없애기로 했다.

    우한코로나를 이유로 내세운 포퓰리즘 정책도 나왔다. 월세를 내지 않는 세입자의 퇴거와 압류를 제한하기로 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는 대학 학자금 상환 유예를 연장하기로 했다. 좌익 진영을 위한 조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사 교육이 좌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1776위원회’를 폐지했다. ‘1776위원회’는 “건국 때부터 인종차별이 제도화된 미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는 좌익 진영의 논리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었다.

    파리기후협약·WHO 재가입·마스크 착용 의무화…모두 트럼프와 반대로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다시 가입하기로 했다. 파리기후협약은 기구 운영·유지에 드는 비용의 70%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탄소배출량의 극적인 감축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2030년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탄소배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라며 협약을 탈퇴했었다. WHO의 경우 지난해 1월 “인간 사이에서는 감염이 안 된다”며 중국발 입국 금지를 반대해 우한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한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에도 중국 편을 들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았다.

    우한코로나 방역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100일 동안 연방정부 건물과 부지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무화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국제 보건안보 및 생물방어부서’도 복원할 것을 명령했다. 이밖에도 캐나다산 석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무효화, 인구 센서스에 미국인이 아닌 사람도 포함시키도록 조치했다.

    다문화주의 단체 설립자 “지금의 미국, 남북전쟁 직후 같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는 극명하게 갈렸다. ‘반트럼프 논조’를 가장 강하게 드러냈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년 간의 정치적 갈등, 1년 동안 이어진 질병이 미국 사회를 압박했지만 공화국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축하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바이든 정부는 우한코로나, 경제, 기후, 인종차별을 모두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좌익은 대중들에게 겁을 줘 극단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위기’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미덥지 않다는 시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분열된 미국을 통합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캘리포니아소재 다문화주의 증진 단체 ‘데모스라시 인 칼라’의 창립자 스티브 필립스는 “현재 미국 상황은 남북전쟁 직후와 비슷하다”고 우려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는 “미국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두고 갈등과 논쟁이 주된 문제”라면서 “남북전쟁 직후 재건 시기와 같이 다인종 민주주의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다시 기울일지 아니면 뿌리 깊은 차별과 부정을 외면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