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도, PCR 방식의 절반… 슬로바키아 '전면확대' 했다가 '대유행'오면서 정부 망신 文 "신속항원검사 적극 활용" 지시… 이낙연·염태영 등은 "전 국민에 실시" 주장진단키트 첫 허가 에스디바이오센서… 1년 새 영업이익 9억→ 8000억 '880배' 증가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 오른쪽은 경기 수원시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최고위원이다. 이낙연 대표와 염태영 시장은 신속항원검사를 대폭 확대하자고 적극 나선 바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 오른쪽은 경기 수원시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최고위원이다. 이낙연 대표와 염태영 시장은 신속항원검사를 대폭 확대하자고 적극 나선 바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한 검사법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30일의 일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요양병원 같은 고위험시설 종사자에게 신속항원검사를 보조적으로 도입해 자주 검사함으로써 조기에 양성자를 찾는 데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정 청장은 신속항원검사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것(신속항원검사)을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됐을 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항원검사로 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사용처를 발굴해 도입하고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속항원검사, 특수시설서 사용 → 선별검사소서 상시 사용"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12월14일부터 신속항원검사가 수도권 150여 임시 선별검사소에 전격 도입됐다. 

    요양병원 같은 특수시설에서 '자주 검사'하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던 기존 방침에서 임시 선별검사소에도 신속항원검사를 '상시' 실시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정 청장은 이날 "PCR 검사를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응급상황에서 유용"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자가 신속하게 검사를 확인하고 싶은 수요에 대응"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현재는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PCR 검사' △'항원검사' △'타액검사' 중 하나를 검사자가 선택하게 한다. 또 14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요양기관 등에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민간 의료기관도 비급여를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PCR 검사법(비인두도말유전자증폭검사법)'에 더해 정확성이 떨어져 많은 전문가가 도입을 반대했던 신속항원검사 방식이 진단검사와 의료현장에서 두루 사용하게 된 것이다.<관련기사: 政, 신속항원검사 전면확대… '위양성' 논란 거세질 듯>

    진단검사의학회 "항원검사, 진단 목적 사용 안 돼… 무증사자는 특히 곤란"

    그로부터 8일 뒤인 12월22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국내 현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선별하거나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원검사를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를 냈다. 이 학회는 "항원검사는…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양이 많아야만 검출되는 단점이 있어 무증상자의 경우에는 이 검사법을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행동하는여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도입 당시부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낮은 민감도를 들어 우려를 표했는데도 정부는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강행했다"면서 "도입 2주가 지난 현재 우려대로 위음성률뿐 아니라 위양성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의료 전문매체 '경기메디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12월 3~4주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1만 명 중 양성판정을 받은 33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시행한 결과 42%인 14명이 위양성으로 판정됐다.

    文대통령 "신속항원검사 활용도 적극 추진" 콕 집어 지시

    이 같은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방역당국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고 철회하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항원검사'를 콕 집어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7일 "최근 들어 정확도도 높아졌고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활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나흘 뒤인 12월11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의 진단검사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반장은 "검사방법은 기존의 비인두도말 PCR뿐 아니라 검체 채취가 편리한 타액검체 PCR, 신속하게 결과 확인이 가능한 신속항원검사도 포함해 국민이 원하는 방법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에는 PCR 검사를 추가 실시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약사법 개정해 국민 스스로 진단케 해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아예 비의료인인 일반시민도 신속진단키트로 자가진단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1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염태영 경기도 수원시장은 2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신속항원검사 전면확대를 주장했다. 민주당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서 회장은 지난해 11월25일 '글로벌 바이오포럼' 기조발표에서 "전 국민 진단검사를 통해 (찾아낸 환자에)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면 내년 봄이 오기 전 코로나19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며 "(비의료인도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말해 불을 지폈다. 

    셀트리온 주가는 문 대통령이 "신속항원검사 적극 활용"을 지시한 12월7일 40만3500원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경신했다.
  • ▲ 우한코로나(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0시 기준 1062명 발생한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회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인이 시민의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우한코로나(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0시 기준 1062명 발생한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회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인이 시민의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신속항원진단키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거의 독점… 논란 불가피

    최근까지 신속항원검사용으로 특정업체의 제품이 유일하게 사용됐다는 점도 논란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 제품은 '스탠다드 큐 코비드-19 Ag Test'(이하 스탠다드큐)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생산한다. 업체 소재지는 "전 국민 대상 신속항원검사"를 주장한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시장으로 있는 경기도 수원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제조허가를 얻은 (주)젠바디의 'Genbody Covid-19 Ag'는 지난해 12월24일에야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11일 스탠다드큐 제품의 국내 공식 허가를 발표하면서 "이 제품은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해야 하며, 유전자 진단시약 검사 결과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하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이라는 가이드라인은 임시 선별검사소가 이 제품으로 검사하는 현실과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스탠다드큐를 대상으로 한 식약처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양성 검체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인 '민감도'에 관한 식약처의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지난해 12월23일 "현재 국내에서 승인된 코로나19 항원검사의 성능을 평가하였고, 민감도를 추정해보았다"며 "그 결과 분자검사로 진단받았던 환자에서 항원검사를 사용할 경우 추정되는 민감도는 41.5%"라고 밝혔다.

    학회가 밝힌 '항원검사'란 스탠다드큐 제품을 사용한 검사를 말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 제품을 승인할 당시 민감도가 90%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일부에서 항원검사에서 80~90%의 높은 민감도를 보고한 것은 바이러스 양이 많은 유증상자나 중증환자 위주로 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학회의 분석이 맞다면, 스탠다드 큐 제품을 무증상자에게 사용할 경우 실제로는 양성이면서도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절반이 넘게 된다. PCR 방식은 민감도가 91~94%다. 최근 슬로바키아 정부가 봉쇄를 피해갈 수 있다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했지만, 2차 대유행이 더 크게 오며 정부 신뢰만 추락하고 말았다. 

    조영식 회장, 고려인 후원에도 적극적… '제1회 최재형상' 받았는데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독점납품하다시피 하면서, 이 회사 조영식(60) 회장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조 회장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최대주주(지분율 35.11%)로,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했다. 조 회장은 기업경영 외에 고려인 지원에도 관심을 보여 사단법인 '너머'의 초대 대표이사도 지냈다. '너머'는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들이 지역의 주체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밝혔다.

    '너머'는 2011년 고려인 대상 한글 야학단체로 시작해 2017년 2월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해 12월에는 기획재정부의 '지정기부금단체'로 선정됐다. 

    조 회장은 '너머'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등 고려인의 복지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2020년 8월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로부터 제1회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4.15총선에서 민주당 유동수(인천 계양갑)‧박찬대(인천 연수갑) 후보 캠프를 방문해 지지를 표명했는데, 이 자리에는 최재형 선생의 4대 현손인 최일리야 씨가 동석하기도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0년 코로나 진단키트 매출 증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실적이 급상승했다. 2019년 매출은 736억원, 영업이익은 8억9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매출은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8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 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재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지정감사를 받는 중이며, 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차입금을 모두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조달하며, 지난해 12월 발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으로부터 134억원(당기말 기준)의 부채를 졌다. 

    지난해 1월2일 취임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며 노조로부터 출근저지투쟁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신속항원검사, 광범위하게 확대… "시간·비용 측면서 우수한지도 의문"

    현재 신속항원검사는 각 지자체와 특수시설 등에서 광범위하게 도입‧실시 중이다. 지난 15일 경기도는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검사를 주1회에서 주2회로 확대하고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최근 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교정시설 근무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홍기호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증상 유무를 고려하지 않고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위양성과 위음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며 "또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개발한 취합검사법에 비해 신속항원검사가 과연 시간과 비용에서 앞서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해 12월 23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 범서생활체육공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울주군민들이 무료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12월 23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 범서생활체육공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울주군민들이 무료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