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사단체 "어이없는 사태 이해되지 않아"…서민 교수 "우범곤 능가할 사신(邪神) 의료시장 진입"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인 조민 씨의 의사 국가고시 최종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을 향해 이제 공정을 입에 담지도 말라고 맹비난했고, 의사단체 관계자는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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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씨가 의사국시에 합격한 사실을 두고 국민의힘은 17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권의 구호가 참으로 무색해지는 순간"이라며 "이제 문재인 정권은 공정을 입에 담지도 말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놨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달 전 법원은 조 전 장관 자녀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7대 경력 모두를 위조·허위로 판단했다"면서 "허위 경력이 들통나고도 기어이 의사국시에 응시한 조국 일가의 뻔뻔함도 이해 불가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야 입학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대학 측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슷한 사례 때는 재판에 넘겨지자마자 즉각 입학을 취소하거나 교육부까지 나서 대학 측에 입학 취소를 요구한 전례가 있음에도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 대변인은 "조 전 장관 일가가 빼앗은 그 자리는 의사가 되기 위해 밤낮을 지새우며 치열하게 공부한 청년들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졌다는 마음의 빚을 국민에게는 조금도 느끼지 않는 것인지 국민을 대신해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지난 16일에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조씨가 의사국시에 합격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무적격자에 의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사태의 책임자들은 즉각 사퇴하라'는 글에서 "의대에 부정입학한 무자격자가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면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게 된 사태에 대해 의사 면허증과 가운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개탄한다"고 털어놨다.

    의사단체 회장 "무자격자가 의사, 내면허 찢고 싶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사법부는 조씨의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딸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에 대해 수많은 근거를 열거하며 유죄로 판결했다"며 그간 교육당국이 입시비리 이후 즉각 대응에 나선 사례들을 열거했다.
  • ▲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임 회장은 과거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 교육부도 비판했다. 교육부는 2016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재판을 받기도 전에 자체 감사 결과 만으로 이화여대 입학을 취소했고, 2019년에는 성균관대 약대 교수인 모친이 만들어 준 경력으로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입학했다가 기소된 사람에 대해 재판에 넘겨지자마자 입학을 즉각 취소했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부정시험 사건 때도 서울시 교육청은 즉각 특별 감사를 실시해 쌍둥이 딸들을 학교에서 즉각 퇴학했다.

    임 회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교육부 장관(유은혜), 부산대 총장(차정인), 부산대 의전원장(신상욱), 고려대 총장(정진택)의 미온적이고 형평성을 잃은 대처로 의대에 부정 입학한 무자격자가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면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게 된 사태에 대해 의사, 의대생 13만명은 의사 면허증과 가운을 찢어버리고 싶은 정도로 분노하고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못 미치는 능력으로 국가 장래인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유 장관은 즉각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과분한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과 평등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개탄했다.

    서민 "사신(邪神) 조민이 온다"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도 한 마디 거들었다. 조씨의 의사국시 합격 소식에 서 교수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우 순경(1982년 4월 발생한 우범곤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을 능가할 인재가 의료시장에 진입했다"며 "그 이름은 바로 조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범죄로는 가장 많은 사람을 살해한 게 우범곤 순경이지만, 의사 한 명이 오진을 계속 한다면 그 기록은 가볍게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 교수는 조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성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 면허는 한 번 따면 평생 간다"며 "의사가 스스로 그만두기 전까지, 의사의 앞길을 막는 방법은 없다시피하다. 진단을 잘못해 사람을 죽게 만든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2015년 1학기에 세 과목 낙제, 평점 평균 미달로 유급을 당했고, 2018년 2학기에도 한 과목을 낙제해 또 다시 유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 교수는 "유급을 한 뒤 조민은 몇 차례 더 유급 위기에 놓이지만 정말 우연하게도 '유급생 구제'와 '학칙개정' 같은 은혜로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 결국 졸업하게 된다"며 "그녀가 생명을 다루는 과를 전공한다면 많은 이가 생사의 기로에 놓일 테고, 이비인후과를 한다면 많은 이가 겪지 않아도 될 이명과 난청으로 고생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팁을 드린다"며 "병원에 가면 의사 이름이 뭔지 확인하자. 혹시 개명할지도 모르니 어느 대학 출신인지 꼭 확인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달 서울중앙지법은 조 전 장관 아내이자 조씨 어머니인 정경심 씨 재판에서 조씨 관련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조씨가 고려대, 부산대 의전원 등에 합격하기 위해 제출된 단국대·공주대·서울대·KIST 등의 인턴 및 체험활동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모두 위조됐거나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조씨는 지난해 실시된 2021학년도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통과한 데 이어 지난 7~9일 치러진 필기시험에도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