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결과 발표 6일만에 궁색 해명… 임순영 전 젠더특보에 전화한 사실은 인정
  •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에 관한 내용을 가해자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지 6일 만에 침묵을 깨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에 야당은 "남 의원이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라며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남인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 

    남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발표 이후 제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저는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며 "저는 작년 7월2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점을 밝힌 바 있고, 이와 관련해서 달라진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검찰 발표자료에서도 '박 전 시장이 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취득한 시점은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이전이고, 박 전 시장과 특보는 고소 이후에도 고소 여부 및 구체적인 고소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며 "제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남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작년 7월8일 오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이렇게 질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깊은 고통에 공감하며 위로 드리고 일상이 회복되길 바란다"며 "이 일로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부지검은 지난달 3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 관련 사실을 접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남 의원한테 이를 전달했고, 임 전 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김영순 대표는 검찰 발표 후 정부 주요 위원회와 공공기관 위촉직에서 물러났고,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곧바로 유출 연루 사실을 사과하고 김 대표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와 달리, 남 의원은 검찰 발표 후 일주일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가 이날 입을 열고 자신은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박 전 시장의 피소 정황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남 의원이 임 전 특보에게 전화한 다음 날인 지난해 7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野 "남인순 오리발 내밀어… 의원직 사퇴해야"

    남 의원의 이 같은 해명에 야당은 "오리발을 내민다"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남 의원이 오리발을 내민다고 생각한다"며 "임 전 특보는 남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둘 사이에는 수위를 어디까지 얘기하면 상대가 다 알아듣는다는 걸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만약 남 의원을 통해 박 전 시장 관련 내용이 나가지 않았다면 박 전 시장의 죽음도 방지하고 이 문제가 오히려 잘 풀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남 의원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의원은 30여년간 여성인권운동을 해오며 각종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당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편 미투에는 침묵하고 '가해자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