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시상팔' '마스크'로 눈 가리고 아웅?민언련 "엄중한 코로나 시국, 웃음거리로 만들어"
  • ▲ 지난 19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핫스타상을 수상한 박나래와 장도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장도연은 우수상을 받았다. ⓒ장도연 인스타그램
    ▲ 지난 19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핫스타상을 수상한 박나래와 장도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장도연은 우수상을 받았다. ⓒ장도연 인스타그램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으로 늘어나는 상황에 지상파 3사가 '대면 시상식'을 강행해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KBS 가요대축제'는 대부분의 무대 공연과 소감을 사전녹화 형식으로 방영했으나, 레드카펫 행사는 라이브를 고집해 주위의 우려를 샀다. 골든차일드의 재현(확진자)과 동선이 겹쳐 코로나 검사를 받은 NCT 멤버들이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시상식에 참석했고, 가수들 가운데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에 응한 이들도 있었다.

    '2m 시상팔'로 수상자에 트로피 전달


    19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선 사상 초유로 수상자에게 2m 길이의 '시상팔'로 트로피를 전달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출연자와 시상자 간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한 묘책이었지만, 방송 직후 "우스꽝스러운 연출로 엄중한 코로나 시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또 'SBS 연예대상' 출연자들은 각자의 얼굴이 프린트된 특수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은 데다, 정작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마스크를 벗었고, 여러 명이 하나의 마이크를 공유하는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오후 열리는 'KBS 연예대상'은 사회자를 제외한 수상자 전원이 불참하는 비대면 행사를 예고했다. 제작진은 방역당국과 협의해 출연자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촬영 장비 부족으로, 100% 비대면으로 시상식을 치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오는 25일 열리는 'SBS 가요대전'과 31일 열리는 'MBC 가요대제전'은 별도의 시상식이 없어 비대면 행사가 가능한 상황. 따라서 제작진은 사전녹화를 최대한 활용해 100% 비대면에 가까운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문제는 오는 29일 열리는 'MBC 방송연예대상'과 30~31일 양일간 열리는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이다.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시상식이 하이라이트인 만큼 출연자 간 대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제작진은 방역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면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언택트 시상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엿새동안 코로나 확진자 5명 나와


    현재 방송가는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18일 MBC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의 편집 담당 조연출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놀면 뭐하니?' 등 6개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됐다.

    MBC '복면가왕'에 참여한 외부 카메라 감독과 청소 용역 근로자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22일과 24일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참여한 스태프(한 명은 프리랜서)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MBC는 확진자 세부 동선을 파악하며 상암동 사옥 전체를 방역 중인 상황.

    지난 22일에는 SBS 아침드라마 '불새 2020'과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에 출연 중인 중견 배우 김병춘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병춘은 지난달 28일까지 '불새 2020'을 찍은 후로(여신강림은 11월 24일까지) 촬영 일정이 없어 드라마 녹화장을 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병춘과 동선이 겹치는 드라마 스태프와 출연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병춘의 소속사와 드라마 제작사는 작품에 참여한 전 직원과 스태프, 출연진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최근 김병춘과 함께 국방방송 라디오 녹음을 한 국악인 이봉근과 배우 한예리는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SBS '연예대상' 2부 광고단가‥ 15초에 1500만원?


    이처럼 스태프와 출연진의 연이은 확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나, 각 방송사들은 연말 가요 행사와 시상식을 예정대로 치르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까지 발표했지만, 방송사들은 방송·영화 등의 제작은 '사적모임'에 해당되지 않아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법령에 근거해 시상식 개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방송사들이 감염병 확산의 위험을 안고 시상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연말 시상식에 집중된 막대한 광고수익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수 연예인이 출연하고, 축하공연과 수상자 발표 등 시청률이 집중되는 연말 시상식은 많은 광고가 몰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22일 민언련이 소개한 SBS 미디어렙 자회사 SBS M&C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예대상' 시상식 1부의 15초 광고단가는 1350만원, 2부 광고단가는 1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언련은 "SBS M&C가 발행한 올해 12월호 'CRE@M'은 자사 연말 시상식이 타사보다 시청률이 높다고 광고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이것이 지상파방송 3사의 시상식 강행이 광고수익 창출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지상파방송 3사 연말 시상식 강행은 해외 시상식과 비교할 때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방송계 시상식인 에미상은 수상자 이름이 담긴 봉투를 '드라이브 스루'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도 올해 노벨상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수상자가 시상식 장소에 가지 않고, 상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