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거듭 독려한 원산갈마관광지구 개발 정체…대북제재·코로나·홍수 '3중고'
  • ▲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 7일 오전 12시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침수된 강원도 원산시의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 7일 오전 12시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침수된 강원도 원산시의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인 원산 일대 관광단지 개발이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북제재·홍수피해·코로나바이러스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북한이 비상상황에 처한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김정은의 허영심 프로젝트, 심각한 경제위기로 보류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허영심 프로젝트'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계획을 가리키는 것으로, 김정은은 2018년과 2019년 신년사에서 이 관광지구를 최단기간 내 완공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정은, 원산 개발에 강한 애착… 올 여름부터 진척 없어

    당초 예정했던 완공 시한은 지난 4월이다. 북한은 이 지구를 북한 엘리트층과 외국인을 위한 관광지로 개발할 목적이었다. 

    2013년 김정은의 초대를 받은 전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은 원산에 위치한 김정은의 비밀별장을 방문한 뒤, 그곳을 지중해 이비사섬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2018년 한 해에만 세 차례 이상 원산을 직접 방문해 건설을 독려하고 수차례 건설근로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만큼 애착이 강한 사업이다. 원산은 김정은의 고향으로도 알려진 도시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원산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원산해변 리조트와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활기를 잃어간다"고 분석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괄목할 만한 속도로 공사가 진전되다 지난 여름부터 변화가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8노스는 "원산관광지구 건설노동자들이 홍수피해 복구를 위해 강원도와 함경도 등으로 파견된 것도 공사 지연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산 이남지역에 있던 정체불명의 한 건물이 지난 10월 지붕이 올라가면서 양식장으로 확인됐다"고 38노스는 전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지지부진… "제재·코로나·홍수 3중고 심각"

    또 당초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던 평양종합병원도 외부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원산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과 관련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사라진 것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38노스는 공사 지연의 원인을 북한이 처한 3중고(대북제재·코로나·홍수) 때문이라고 봤다. 38노스는 "주요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한 가지 요인은 홍수피해지역으로 건설자원을 이동시킨 것"이라며 "북한은 (홍수로 집을 잃은) 노숙자들을 위해 수백 채의 집을 짓는다. 이 일은 확실히 원산관광지구나 평양종합병원 건설에서 기계와 인부 등을 옮기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적어도 원산의 경우에는 홍수 이전에도 건설이 늦춰졌으며, 이는 마감재 부족, 방역을 위한 봉쇄, 관광 수요 전망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FT 역시 "이 같은 공사 지연은 대북제재, 코로나 방역에 따른 국경폐쇄, 극심한 홍수와 태풍피해 등으로 북한경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FT는 "김정은이 2011년 집권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며 "이 명품 프로젝트가 수백만 명의 평범한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직접적 혜택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FT "아연광산 홍수피해 심각… 건설자원 총력투입"

    FT는 또 "최근 몇 달 동안 경제적 자원이 홍수피해지역과 아연 생산지로 쏠렸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김정은은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지구를 방문해 현장을 시찰한 바 있다. 이 지역은 북한 내 최대규모의 연·아연 광산지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며 "실제 와보니 검덕지구의 피해가 생각보다 대단히 컸다고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원산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4월이 마지막이다. 38노스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원산 또는 평양의 건설사업을 포기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봤다. 

    38노스는 "내년 1월에 열릴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보면 이 같은 사업이 여전히 우선과제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