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에 대공포 너무하네요” 발언을…“대북전단 대응이 중요하네요”로 둔갑논란 커지자 "실수였다" 인정… "하지만 의도적 왜곡은 아니었다" 내용 황급히 수정
  •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 ⓒ외교부 유튜브 채널 캡쳐.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논란을 빚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CNN 인터뷰와 관련해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외교부가 해당 인터뷰 영상을 공식 유튜브와 SNS에 올리면서 CNN 앵커의 발언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 자막을 붙인 것이다. 외교부는 “번역할 분량이 많아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아만푸어 “풍선에 고사포 발사하는 것 같은 반응은 너무 심했다”

    외교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방영된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 강 장관의 인터뷰 영상을 17일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는 한글과 영어 자막이 붙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영상 10분44초부터였다. 강 장관은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 사격을 했던 사실을 언급한 뒤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인권임은 맞지만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만푸어는 “장관의 말을 들어보니, 풍선에 고사포를 발사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다니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다(Listening to you, it really is kind of way out of proportion to react to balloons, anti aircraft artillery, and all the rest of it)”며 “하지만 비무장지대(DMZ)는 꽤나 비정상적인 곳(But still, it is the DMZ, and it is a pretty unusual place)”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자막 “대북전단 살포나 북측 발포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군요”

    그런데 17일 외교부의 유튜브 채널과 SNS 계정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의 한글 자막은 다르게 붙었다고 중앙일보 등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상에는 “대북전단 살포나 북측 발포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는 자막이 붙었다. 마치 아만푸어 앵커가 강 장관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 자막이 문제가 되자 외교부는 21일 오후 자막 내용을 “듣고 보니, 대북전단에 대공포라니 형평이 크게 어긋나기는 했네요. 그래도 여전히 거기는 DMZ(라는 것을 감안해야)니까요”로 수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인터뷰 내용이 많다 보니 번역 과정에서 오역(誤譯)이 발생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였다. 앞으로 오류가 없도록 더 잘 살피겠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국자는 그러면서 “의도적 왜곡은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실수였나… 미국 의회, EU 이어 영국·일본도 우려 표시한 대북전단금지법

    그러나 언론들은 외교부의 해명을 못 믿는 분위기다. 영상 분량이 13분5초로 ‘영어에 능통한 외교부 관계자’들에게는 ‘많은 분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적 우려를 낳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부의 ‘자막 오역’이 과연 “번역할 내용이 많다 보니 일어난 단순실수”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현재 미국 의회와 유엔, 유럽연합(EU)에 이어 영국 의회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가로막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미국 의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법(Gag law)’이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두고 “심각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