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 무시한 쟁점법안 처리에도 반성보다 환호…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사용하면 '조기종결권' 행사키로
  •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야당을 배제한 채 주요 쟁점법안을 단독처리하고는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집권여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전략을 쓴다 해도 압도적 의석 수를 바탕으로 무력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오랜 소망 이뤄 감회 느껴… 감개무량"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쟁점법안이 국회 각 상임위를 통과한 데 따른 소회를 밝혔다. 

    이 대표는 "그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오랜 소망이고 그것을 이제야 이루게 됐다는 것에 깊은 감회를 느끼며, 함께해주신 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는데,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우리는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도 "공수처법 개정안이 어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만 남았다. 감개무량하다"며 "짙은 어둠 끝에 여명이 밝아온다. 국민들과 검찰개혁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 감격을 함께 나누겠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자축에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관련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방침에도 이미 만반의 대비를 갖춘 상태다. 민주당은 이미 법안 처리를 위해 지난 7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월10일 오후2시에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진행하기로 한 무제한토론은 국회 정기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료된다. 이 경우 무제한토론이 진행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오는 10일 소집된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차질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야당 필리버스터에도 민주당은 '꽃놀이패'

    국민의힘이 공수처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통과 후에도 무제한토론을 진행할지는 알 수 없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관련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정작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다른 안건과 관련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안건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에 대비해 임시회를 하루 단위로 끊어 소집하는 일명 '살라미 전술'과 '필리버스터 조기 종결 동의'를 이용할 방침이다. 

    국회법 106조의 2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24시간 이후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필리버스터 종결을 의결하게 된다. 이 경우 무제한토론의 종결 동의는 토론하지 않고 표결한다.

    현재 국회 의석에 따르면,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는 180명의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보유한 173석(구속기소된 정정순 의원 제외)과 열린민주당 3석, 민주당에서 탈당 또는 제명된 무소속 의석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합치면 180석 확보는 무난할 전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은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려고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단일한 대오로 야당의 방해를 극복하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며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민주당이 설령 180석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도 임시회를 하루 단위로 소집하는 방법도 있다.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살라미 전술'은 1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하루가 소모돼 법안 통과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민주당은 180석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야당의 권리이기 때문에 말릴 생각은 없다"며 "토론 조기 종결을 위해 당외 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하면 납득해줄 것이라 믿는다. 집권여당은 국민들과 약속한 법안을 차질 없이 통과시킬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