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장관, 코헨-와트닉 차관,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모두 특수·첩보기관 인연언론들 “한반도 급변사태 대비” 보도… 일부 우파 “딥스테이트 제압용” 관측도
  • ▲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9일(이하 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경질했다. 이어 이틀 새 국방부차관들도 교체했다. 지난 12월2일에는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을 내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군 수뇌부 인사를 두고 해석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한미 언론은 임기 말 현안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한미 우파 일각에서는 ‘딥스테이트(트럼프 대통령이 반역세력으로 규정한 미국 좌파 기득권세력)’와 내전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의견 모두 검증이 어렵다.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에즈라 코헨-와트닉 정보담당 차관,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 후임으로 임명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밀러 국가대테러센터장이다. 밀러 장관대행은 2014년 육군 대령으로 전역할 때까지 29년 동안 육군 특전단(그린베레)에서 근무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에도 참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 3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담당 보좌관이 됐다. 2020년 1월에는 국방부 특수작전 및 대테러담당 부차관보가 됐다. 8월에는 국가대테러센터(NCTC)장에 임명돼 미국의 대테러 작전을 총괄지휘했다.

    밀러 장관대행은 취임 직후 “미군의 모든 특수부대와 군 정보기관은 기존 보고 라인을 거치지 말고 내게 직접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에 별다른 저항은 없었고 오히려 잘 따랐다고 한다. 미군 특수부대와 정보기관이 그를 존경하는 덕분이다. 

    9·11테러 직후 가장 먼저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해 탈레반과 싸웠던 제이슨 아메린은 '밀리터리닷컴'과 인터뷰에서 밀러 장관대행을 가리켜 “특수부대계의 프리마돈나로, 이 업계에서는 모두 그를 존경한다”며 “당시 우리 팀원들은 그가 본부에서 지휘를 맡았다는 사실을 듣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10일 조지프 커넌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을 경질했다. 후임으로 에즈라 코헨-와트닉 전 국방부 특수작전·저강도 분쟁담당 차관보를 내정했다. 

    해군 정보국(ONI)과 국방정보국(DIA)에서 휴민트(HUMINT·인간첩보)와 방첩, 비밀공작 임무조정관으로 일했던 코헨-와트닉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첩보 프로그램 선임부국장을 지냈다. 국제 첩보작전 경험이 많다는 것이 미국 국방부의 평가다.

    12월2일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후임으로 폴 라카메라 태평양육군사령관을 내정했다. 라카메라 대장은 1985년 임관 후 레인저교육여단, 제75레인저연대 제1대대와 3대대 지휘관,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작전국장과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레인저는 첩보기관과 함께 비밀공작을 자주 수행하는 통합특수전사령부(JSOC) 직속부대다. 

    라카메라 대장은 이후 통합특수임무부대(CJTF) 사령관으로 ‘내재적 결단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에 참가해 중동 테러조직 ISIS를 소탕했다. 
  • ▲ 호주 스카이뉴스의 트럼프 캠프를 대리해 대선 법정투쟁을 이끌고 있는 루돌프 관련 보도. 호주 스카이뉴스는 트럼프 측의 의견을 자주 보도해주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호주 스카이뉴스 유튜브 채널캡쳐.
    ▲ 호주 스카이뉴스의 트럼프 캠프를 대리해 대선 법정투쟁을 이끌고 있는 루돌프 관련 보도. 호주 스카이뉴스는 트럼프 측의 의견을 자주 보도해주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호주 스카이뉴스 유튜브 채널캡쳐.
    언론 “해외 미군 철수 위한 임기 막판 몽니” 우파 일각 “민주당 내전 시도 제압용”

    CNN 등 미국 주류언론은 지난 11월16일 “트럼프가 크리스토퍼 밀러를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군 수뇌부를 교체한 것은 임기 내에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려는 임기 말 몽니”라고 풀이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4500명, 이라크에는 30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두 나라에 각각 2500명의 미군만 남기고 나머지 병력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철수시키려 한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대선 이후인 11월7일에도 트위터에 “아프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용감한 남성들과 여성들이 성탄절을 집에서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수뇌부의 의견은 달랐다고 방송은 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경질 직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군 수뇌부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메모를 백악관에 보냈고, 중부사령부와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사령관도 같은 의견을 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때문에 국방장관과 차관을 교체했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한국과 미국 우파 일각에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대선 조작이 들통날 위기에 몰린 ‘딥스테이트’ 세력이 내전을 벌이기 전에 제압하려고 첩보기관과 특수작전 전문가들을 군 수뇌부에 포진시켰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미주지역 반공 중화권 매체와 일부 미국 우파 매체의 주장이다. 이는 다시 일부 재미교포와 국내 우파 유튜버를 통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대재생산됐다.

    라카메라 대장을 차기 주한미군사령관에 임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언론들은 별다른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한국 우파진영에서는 그가 테러조직 ISIS 소탕을 지휘했다는 점을 두고 “특수작전과 급변사태 대응 전문가”라며 “북한 급변사태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 대 바이든 대결, 국내에서도 벌어져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주장이 온라인을 가득 채우지만,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여전히 “이번 대선은 조작”이라며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다. 반면 미국 주류언론과 바이든 측은 군 수뇌부 교체를 “정권 말기의 몽니”라며 폄하한다. 

    국내 언론은 미국 주류언론의 이야기를 전하고, 일부 국내 우파 유튜버와 커뮤니티는 트럼프 캠프 측 주장을 옮겨 접점을 찾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임기 말에 군 수뇌부를 특수작전 및 비밀공작 전문가로 채운 것이 일반적 인사는 아니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