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가격리자 수능 응시 가능해도… 실기·논술 등 대학별 고사 응시 기회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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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확진자와 격리자 모두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수능 이후 치러야 하는 대학별 고사는 학교 판단에 따라 확진·격리자에게 응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수능을 아무리 잘 봐도 대입에 필요한 실기·논술을 치르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각종 시험에 응시하는 확진·격리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12월3일로 예정된 이번 수능에서는 확진자와 격리자 모두 응시 가능하다. 시험 당일 확진 수험생은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수험생은 별도 시험장에서 각각 시험을 치른다. 

    문제는 수능 이후 치르는 대학별 고사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 방향'에 따르면, 확진자는 원칙적으로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없다. 사실상 병원 밖으로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대학은 확진자의 대학별 고사 응시를 사실상 제한했다. 예체능 계열 실기고사는 격리자까지 응시를 막는 사례가 나온다. 수능에 응시했더라도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없으면 입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확진자는 대학별 고사 응시 '불가'

    연세대는 지난달 31일 시행된 예체능계열 실기시험에서 확진자와 격리자의 응시를 제한했다. 한양대도 다음달 5일과 6일로 예정된 수시 논술전형에서 확진자와 격리자, 가족 또는 동거인 중 격리 중인 자가 있는 수험생의 고사장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대학별 면접평가의 경우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대학에 요청했다. 지난 9월에는 격리 중인 수험생이 대학별 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별도 고사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권고일 뿐 강제성이 없고 확진자도 제외됐다.

    정부는 수능 이외의 시험에서는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은 수능을 제외한 다른 시험에서 확진자에게 시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논술시험의 경우 대학별로 전달한 방역지침에 따라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험장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시험 응시하는 확진자·자기격리자 위한 대책 내놔야"

    수험생들은 대입에 차질을 빚을까 감염을 걱정하면서 정부가 대학별 평가와 관련한 명확한 방침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을 준비 중인 한 재수생은 "오랫동안 준비한 대입시험인데 확진자나 격리자가 돼 대학 실기시험 기회를 날리게 될까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또 다른 고3 수험생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사실상 이번 대입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수능처럼 확진자와 격리자도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수능뿐 아니라 국가가 주관하는 각종 자격시험과 관련해서도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한 고시생은 "수능처럼 따로 시설을 확보해 확진자와 격리자 고시생에게도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며 "확진자 응시를 아예 금지할 경우 오히려 감염 사실을 숨기고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1일 실시된 중등교원 임용시험에서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노량진 임용단기학원 관련 확진자 67명이 응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명의 검사 결과가 시험 종료 직후 나와 별도 시험장에서 응시해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