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후보 야당 추천위원… "문제 있는데도 찬성할 수는 없어" 의혹 규명 요구
  •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
    지난 18일 3차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중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 회의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소집 요구에 따라 25일 재개되는 가운데, 이날 회의의 최대 쟁점은 일부 심사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의혹 규명 절차를 밟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검증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발견된 심사 대상자들을 재검증하자고 주장한다. 지난 3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여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여당 측에서 이번에도 이를 묵살하고 표결을 강행할 경우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변호사, "심사 대상자 의혹 관련 질의 서면 송부"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24일 통화에서 "오늘 오후 기존 심사 대상자들을 둘러싼 의혹 관련 질의사항을 서면으로 보냈다. 내일 회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심사 대상자들의 의혹이 해소된다면 종전에 반대했다고 하더라도 찬성할 수 있지만, 문제가 발견됐는데도 찬성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추천위는 3차 회의를 열고 공수처장후보자 10명을 대상으로 기명·무기명 투표를 진행했지만 후보 압축에 실패했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일부 심사 대상자들의 정치성향‧전문성‧재산관계‧도덕성 등과 관련해 면담 또는 서면을 통한 추가 심사를 요구했지만, 다수인 당연직 추천위원과 여당 추천위원들이 후보 추천을 위한 표결을 강행한 탓이다. 

    당시 야당 추천위원들은 '비토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표결에 참여했으나 '반대'에 투표했다.  

    이 변호사를 비롯한 야당 추천위원들은 오는 4차 회의에서도 기존 심사 대상자들의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견해다. 

    "문제 있는 대상자만 제외" 절충안 제시 

    이 변호사는 "여당은 종전 심사 대상자 10명을 원점부터 논의하자는 의견이고, 야당은 새로운 인물을 추천한다는 방침이다. 나는 각종 의혹이 발견된 심사 대상자를 제외하고 새로운 인물을 추천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기존 심사 대상자 중에서 의혹이 발견된 인물을 배제하고 일부만 새로운 인물로 추천하는 열린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장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할 막중한 임무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발해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더욱 친정부 인사여서는 안 되고, 직무상 독립을 지킬 수 있는 수사지휘 능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과거 전관예우 혜택을 받는 등 시비가 있는 인물이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당연직 추천위원과 여당 추천위원들이 의혹 있는 후보자들의 재검증을 또 다시 거부할 경우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찬희 회장, 문제 있는데도 '빨리 끝내라'고 독촉"

    이 변호사는 최근 빚어진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과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 변호사의 지난 20일 '대한변협 회장은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결권(비토권)을 사실상 부인하고 있으며, 집권여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려는 공수처법의 개정을 합리화하려는 여당 정치대리인처럼 비친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한 상황이다. 

    "도발한 쪽은 이 회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 변호사는 "이 회장은 추천위 회의에서 개표관리를 맡았는데 비밀투표가 무색하게 야당 의원들이 누구를 반대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비밀투표 원칙에 반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며 "나아가 '문제가 있는데도 찬성할 수 없다'는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빨리 끝내자고 했다"며 분개했다. 

    이 변호사는 "내게 사과를 요구한 것까지 사과하라고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병석 국회의장의 추천위 재소집과 관련, 이찬희 회장이 '변협이 오란다고 가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몽니를 부린 것과 관련 "국회의장이 소집을 요청하면 하게 돼 있는 것으로 구태여 왜 기싸움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사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 4차 회의는 25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