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특검 "재판부, JY 수동적 뇌물이라고"… 재판장 "하지도 않은 말로 변론 말라" 경고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재판장으로부터 호된 꾸짖음을 당했다. 

    특검이 "재판부가 아쉽게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라고 여러 번 말했다"며 딴죽을 건 것이 단초였다. 이에 재판장은 "언제 '수동적'이라는 표현을 썼나. 재판부가 한 이야기만 하라"고 역정을 냈다. 

    특검은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23차 공판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을 대통령의 헌법 위반, 직권남용에 의한 '요구'에 따른 기업의 불법후원 뇌물사건으로 정의내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법원이 판시한 '적극적·능동적 뇌물공여 범행'에 해당한다"고 강조한 특검은 "재판부가 아쉽게도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른 수동적 뇌물공여로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는데, 이것은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 "사실만 얘기했지, 평가한 적 없다" 경고 

    이에 정준영 부장판사는 "잠깐만요"라며 특검의 발언을 제지한 후 "(특검이)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데,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재판부가 언제 수동적 뇌물공여로 얘기했느냐"며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으냐. 재판부는 사실만 얘기했지, 평가한 적이 없다. '수동적'이라는 표현은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하지 않은 말을 전제하는 변론은 자제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이에 특검 측은 "혹시 오해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염려돼서 말한 것"이라며 "유념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특검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한 평가보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동기 등에 따른 양형 심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이 부회장 측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권고했고, 이를 양형 판단에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사안으로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고려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특검 "JY에 3‧5법칙 적용 안 된다" 

    특검은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재벌의 뇌물공여 및 횡령 범행에 대한 가벌성도 발전해왔다"며 "그간 재판부가 지나치게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용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2007년 1월 양형기준제가 도입됐고, 그 결과 2013년 SK 오너 일가의 횡령 범죄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그러면서 "이 사건에 입법자가 정한 양형기준이 아닌 3·5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5법칙이란 과거 법원이 특권층에 실형 대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관행을 의미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1심은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1심의 유죄 판결 중 상당부분을 무죄로 보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런대 대법원이 지난해 8월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을 유죄로 보면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에서 유·무죄를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양형(量刑)과 관련해서만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