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가슴에 대못, 명예살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해경 청장·국장·과장 상대 인권위 진정
  •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부인이 법률대리인과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부인이 법률대리인과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신 의원과 해경이 숨진 이씨가 도박에 빠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해 이씨와 유족의 인권,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취지에서다. 

    피살 공무원 유족 측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의원과 김 청장, 윤성현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형사과장 등 해경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정서를 낸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성년자인 이씨의 아들을 대신해 그의 어머니 A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가 참석했다. 숨진 이씨의 전 부인인 A씨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18살 아들과 8살 딸이 너무나도 가여워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남편을 찾지도 못했고 장례식도 못해 편하게 보내주지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 세 사람에게 남은 것은 적나라하게 공개된 사생활로 그 어디에도 서지 못하는 현실뿐"이라고 토로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성명을 발표하던 A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부인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정서를 제출하기 직전 입장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부인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정서를 제출하기 직전 입장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상윤 기자
    "아들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 나왔다"

    A씨는 "해경은 민감한 개인 신상에 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버지를 뒀다는 낙인이 찍혀  미래를 짓밟아 놓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 있음에도 금융거래를 조회, 민감한 부분을 동의 없이 발표해 아들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며 "지난 두 달간 저희 세 가족은 살았던 것이 아니라 버텼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9월 자신의 SNS에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고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이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하고 쓴 글이다. 

    "신동근·해경, 월북 단정하고 인권침해"

    해경은 지난달 22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씨가 도박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씨의 도박 기간과 횟수, 금액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신 의원의 해당 발언은 아버지를 잃어 슬픔에 빠진 고인 자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신적 가해 행위"라며 "해경이 "월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도박 사실을 집중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제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은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사람이 먼저인 곳이었다"며 "하지만 큰 사건의 중심에 서고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저와 아이들이 설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우는 딸에게 엄마가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고, 예민한 시기의 아들이 나쁜 생각 갖지 않게 하려고 저는 광대가 돼야 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내 아들과 딸이 당당하게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로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