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맷 "바이든 정부라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김정은 '비핵화 의지' 평가는 엇갈려
  •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 당선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 현장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 당선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 현장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같은 미국인"이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미국 대선의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주요 언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통령당선인(president-elect)'으로 표현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시대 한미관계 전망 역시 곳곳에서 제기된다. 

    한미 경제관계,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지위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예측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 외에는 한마디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지난 7일(현지시각) "한미 경제관계의 중심축은 한미 FTA였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한미 FTA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합의"라고 평가절하했던 협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월 개정안이 발효된 한미 FTA와 관련 "한국과 환상적 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이번 대선 유세에서 다시 한미 FTA를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디플로맷 "한미 경제 중심은 FTA… 바이든, 안정적 지속"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한미 FTA 발효 8년차 교역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간 총교역량은 2018년 대비 2.7% 증가한 135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국 간 교역량은 2012년 FTA 발효 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우리나라의 수출입 총액은 1조675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1조455억 달러로 줄었지만(달러 표시 기준), 한미 간 교역액은 같은 기간 1018억 달러에서 1352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의 무역총액이 전년 대비 8.3% 감소했는데도 한미 간 교역액은 2.7%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발표에서 "2019년 1월 한미 FTA 개정으로 상호 호혜성이 증진했다"고 평가했다. 

    디플로맷은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2기에 비해 한미 FTA를 다시 건드릴 가능성이 작다"면서 "바이든의 덜 대립적인 접근법 역시 국제무대에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국제시장을 통제하는 규범과 규칙을 발전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무시하고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한 디플로맷은 "수출이 GDP의 40%를 차지하는 한국에는 미국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는 바이든이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바이든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접어야"

    디플로맷은 그러나 섣부른 기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디플로맷은 "한국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미중 대결은 계속될 것이며, 대중 압박을 완화할 수도 있겠지만 하이테크 부문 공급망에서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중단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정책이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토론에서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5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 발언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하며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태 의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과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투"라며 "대단히 위험한 방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핵능력 줄이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는 바이든… 평가 엇갈려

    이번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태 의원과 다소 다른 각도에서 이 발언의 의미를 분석했다. 

    조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능력이 감축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는 미북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해석했다. 

    조 의원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식 톱다운 협상이나 이벤트 외교와는 거리가 멀다"며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거나 비핵화 진전 없이 선 제재완화, 선 남북경협 등을 추진한다면 한미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을 북한 비핵화를 향한 의지로 평가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미 의회의 동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상원은 계속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며,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약진이 점쳐진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차관보는 5일(현지시각) 한 온라인 포럼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순간 공화당은 북한과 관련해 초강경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유화정책을 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2017년의 폭격 위협 등이 재연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인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은 적절히 조정될 듯… 대중정책 구체적인 것 없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협상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상당부분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바이든 당선인의 언급에서도 알 수 있듯,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라든가 방위비분담금협상 난맥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중국 관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인상이 오히려 미국 농부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과 공조를 통한 대중 압박을 강조한 만큼, 한국에도 이 같은 입장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TPP 복원 등 중국을 겨냥한 경제 블록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집권 초기에는 국제문제보다 국내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을 대상으로는 "시진핑은 폭군(thug)"이라고 말한 것 외에 눈에 띄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 없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인권을 강조하는 정당인 만큼, 일각에서는 경제문제보다 인권문제가 미중 관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