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800억 들여 '박원순 치적사업' 재조성… "차선 늘려도 부족한데" 전문가들 일제히 반대
  • ▲ 현재 서울시가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 중인 '도로공간재편사업' 현장. ⓒ뉴데일리 DB
    ▲ 현재 서울시가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 중인 '도로공간재편사업' 현장. ⓒ뉴데일리 DB
    "광화문과 시청의 도로공사가 시작되고 차선이 줄기 시작하면서 출퇴근시간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도 차선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악화된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출퇴근 자체가 끔찍합니다. 이동할 수단은 차밖에 없는데, 시내 중심이 막히기 시작하면서부터 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서울시 한 직장인의 민원)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이 교통체증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지금도 교통체증이 심각한 곳인데, 이 사업으로 차선이 줄어들어 교통체증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은 광화문광장 서측의 편도 6차선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하고, 광장 동측의 도로를 1~2차로 확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 왕복 12차선의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는 왕복 7차선(주행차로 기준)으로 절반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791억원이다. 지난 7월 말 착공한 '도로공간재편사업'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모든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상습 정체구간인데… 12차로→7차로 줄여

    이 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 '치적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박 전 시장이 지난 7월9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사업이 백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시는 같은 달 22일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의 아래 단계인 '도로공간재편사업'을 시작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으로 방문객 유입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지역상권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사업으로 인해 광화문 일대의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이 '서울로 7017' 등 서울시 23개구 79개 지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대중교통 이용객은 2011년 160만 명에서 2018년 173만 명으로 지난 8년간 약 8.6% 증가했다. 

    유동인구 역시 2017년 644만 명에서 2018년 809만 명으로 약 25.7%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객과 유동인구가 증가하는데 차로를 줄이면 교통체증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세종대로의 교통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도로 용량 감소에 따라 시간당 통행량이 2936대에서 2510대로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로 구간 평균 통행속도 역시 최대 27.8km/h에서 19.3km/h로 30% 감소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대중교통 이용객과 유동인구가 증가하는데 차선을 좁히면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시민단체·전문가들 모두 반대… "졸속 사업"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을 "졸속 추진"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면 재논의를 선언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데 시가 '계속 추진'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서울시가 졸속으로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후에도 도시분야 전문가들의 반대서명을 받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다시 여는 등 반대 견해를 수차례 밝혔지만, 시의 사업 강행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경실련은 서울시의 이 같은 독단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과 관한 항의를 하기 위해 (서울시에) 서정협 권한대행과 만남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앞서 해당 사업과 관한 의문점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한 대학의 도시공학과 교수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차로를 확장해도 모자랄 판에 차로를 좁힌다는 생각이 과연 상식적이냐"며 "이 사업은 수백억원을 들여 교통체증을 늘리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