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과수 부검 결과 '아질산염' 치사량 이상 나와… 유가족 "독감 백신과 상관관계 조사" 호소
  •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독감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사망한 고교생 A군(17) 시신에서 치사량(성인 기준 4~6g) 이상의 아질산염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27일 나왔다. 

    이와 관련, 경찰은 A군의 단순자살 또는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지만, 유가족 측은 "독감백신과 상관관계를 조사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인천 모 고등학교 3학년 A군 시신에서 치사량 이상의 아질산염이 검출됐다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앞서 국과수는 지난 19일 A군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사인미상'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이후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조직검사를 벌여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토대로 A군의 자살·타살, 또는 소금‧설탕으로 오인해 아질산염을 섭취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A군 형 "동생, 극단적 선택할 이유 없어"

    그러나 유가족 측은 A군의 자살 가능성을 일축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경찰이 독감백신과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일방적으로 종결지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A군의 형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동생 죽음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과수 검수 결과 (동생의 시신에서) 아질산염이 치사량으로 위에서 검출됐다고 한다"며 "그런데 경찰은 독감백신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자살 혹은 타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동생 책상 위에 있던 물병의 행방을 묻더니 어머니가 버렸다고 하니까 쓰레기장을 찾아 19개의 물병을 찾았는데 그 중 한 개의 물병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됐다고 한다"며 "저희 집에서 나왔는지 확실하지 않다더라"고 썼다.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선택 징후에 대해 묻던데 평소 제 동생은 우한폐렴에 걸릴 수 있다고 kf80 이상 마스크만 착용하는 등 비위생적인 것은 섭취 안 했다"고 강조한 청원인은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고 입시도 거의 다 마쳐 대학생활을 위한 전자기기 등을 알아봤다"고 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제 동생 사건이 극단적 선택으로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다. 하나뿐인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아질산염, 中서 살해 도구로 빈번히 사용

    아질산염은 흔히 육류의 선홍빛을 유지하는 보존제로 많이 사용되지만, 치사량 이상 섭취할 경우 심각한 호흡곤란과 함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독극물로 분류된다.

    중국에서는 아질산염을 수단으로 한 살해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27일 중국 허난(河南)성 자오쭤(焦作)의 한 유치원에서 보육교사인 왕윈(王云)이 동료교사 B와 말다툼 이후 B의 원생들 죽에 아질산염을 넣어 원아 25명이 구토‧실신했고, 결국 1명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왕윈은 이전에도 남편에게 아질산염을 먹여 경상을 입힌 전력이 있었다. 허난성 자오쭤시 중급인민법원은 왕윈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2011년에도 낙농업자 마슈링(馬秀令)이 우유 판로를 놓고 경쟁하던 이웃 농가의 우유에 아질산염을 몰래 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이 우유를 먹은 영·유아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독됐다. 사망자 중에는 생후 2개월 된 갓난아이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슈링도 사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