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동성애자도 가족 가질 권리”… 신부들 “교회 가르침과 모순" 강력반발
  • ▲ 2015년 11월 이탈리아 중부 도시 '프라토'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프라토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중국인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11월 이탈리아 중부 도시 '프라토'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프라토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중국인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들의 가족 형성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때 프란치스코 교황도 속했던 예수회 측 관계자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교회의 지원과 관련해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보수파 신부들은 “부도덕한 관계를 교계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동성애자 보호 위해 시민결합법 제정해야”

    가톨릭뉴스통신(CNA)에 따르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로마영화제에서는 교황 관련 다큐멘터리가 개봉됐다. 

    다큐멘터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다. 그들도 가족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누구도 이것(동성애) 때문에 내팽개쳐지거나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민결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그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결합(Civil union)’이란 결혼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가족임을 인정받는 제도를 말한다. 동성결혼 합법화 이전의 단계로 여겨진다.

    통신은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이탈리아의 한 동성애 커플에게 성당 측이 자녀를 양육해보라고 권유하는 이야기를 포함해 동성애자들에게 헌신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회활동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 이민자와 난민, 빈곤층, 성직자의 성폭력, 여성의 사회적 역할,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가톨릭 교계의 처분 등을 다뤘다고 덧붙였다. 

    예수회 “동성애 반대파에 메시지” 찬성... 보수파 신부들 “받아들일 수 없다”

    "동성애자 커플을 위해 시민결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황의 발언이 전해지자 전 세계 가톨릭계는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 해방신학을 남미에 전파하는 등 좌익성향을 보이는 예수회는 교황의 발언을 환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예수회 최고책임자를 역임했다. 예수회는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해왔다.

    동성애 가톨릭 신자들과 교계 사이를 이어주던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는 교황의 ‘시민결합법’ 발언과 관련 “동성애자들을 위한 교계의 지원에 큰 진전이 일어났다”며 반겼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마틴 신부는 “시민결합법과 관련한 교황의 긍정적 발언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계 반대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파 신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지역의 토마스 토빈 주교는 “교황의 발언은 교계가 오랜 기간 신도들에 가르쳐온 동성애에 관한 가르침과 모순된다”며 “교계는 부도덕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뉴욕 대교구의 에드 메흐만 공보국장은 블로그를 통해 “교황께서 심각한 실수를 하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