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대학병원장들 8일 "심려 끼쳐 송구" 대국민 사과… 의사고시 거부 의대생 2726명
  • ▲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한 대학병원장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 4학년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한 대학병원장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 4학년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시험(국시) 재응시 허용 여부 문제'가 장기화한 가운데,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대신해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부는 그러나 병원장들의 읍소에도 '더 이상의 기회를 줄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국립대학병원협회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요 병원장들이 직접 의대생 국시 미응시와 관련하여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의대생들의 사과에도 여론의 움직임이 없자 병원장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심각한 의료공백 우려, 의대생 국시 기회 달라"

    앞서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 청원인은 "학생들이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김영훈 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엄중한 시점에서 당장 2700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며 "의료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한 김 원장은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원장은 이어 "6년 이상 학업에 전념하고 잘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병원장 4명은 사과성명 발표 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를 논의했다. 

    전 위원장은 "이 문제는 국민 공감과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오늘 병원장들의 뜻 깊은 행보가 국민 공감을 끌어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살피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국민 공감 필요… 의대생 재응시 어렵다" 

    국내 주요 병원장들의 사과에도 실제로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가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 반대 여론이 우세한 데다, 정부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재응시 불가 방침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주요 대학병원장이 뒤늦게 사과를 표현한 것에 대해선 다행"이라면서도 "어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이미 밝혔고, 하루 사이에 달라질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분야의 젊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고 나왔고, 이들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들은 잘 챙기지 못해 국민들이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대국민 사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대생들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동맹휴학과 국시 응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이어왔다. 

    이번에 의사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은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2726명이다. 446명은 현재 시험을 치르는 중이다. 시험은 11월2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