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신문 창간 9주년 정책토론회… 전문가들 "기업환경 더 나빠질 것" 우려… "우파정당 수장 맞나" "지식 업데이트해야"
  • ▲ '독(毒)이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 시장경제신문 창간 9주년 정책토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독(毒)이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 시장경제신문 창간 9주년 정책토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존폐의 갈림길에 선 기업들이 긴장했다. 발버둥치는 기업들을 더 조일 '기업장악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이 패키지 법안을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른다. 반대하면 불공정, 찬성하면 공정이라는 프레임이다. 

    '경제민주화'를 당 강령에 넣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법안에 찬성해 논란이 일었다. 기업의 숨통을 터줘야 할 우파정당의 수장이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입법에 동의했다는 비판이다.

    "다중대표소송제, 다른 나라는 법원 허가"… 소송 남용 우려 직면

    이런 가운데 창간 9주년을 맞은 시장경제신문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국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독(毒)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는 제하의 정책토론회를 열고 기업장악 3법 중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독소조항은 무엇이고 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후원한 이 토론회에서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이 좌장을 맡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첫 발제자로 나선 권 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은 다중대표소송제와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부당한 업무 처리로 손해를 끼쳤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주주 의결권 제한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의 다중대표소송은 미국의 것을 수입해왔다"며 "미국의 델라웨어주 판결을 보면 기본적으로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가진 경우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는 등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지만, 상법 개정안에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완화된 제도"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이어 "영국과 독일·캐나다·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홍콩·이스라엘·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보완책도 없고,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져 지나친 소송 남용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수결의원칙 위배, 재산권 침해"

    감사위원 분리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 역시 "다른 나라에서 그런 예를 찾을 수 없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금융회사와 같다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한 권 원장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금융기관은 이윤 추구만을 목표하는 영리법인 주식회사하고 달리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이사까지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되고, 주식을 많이 가진 자가 이사를 선임할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사 선임 의결권은 더 나은 배당을 얻기 위해 최대주주가 유능한 이사를 뽑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재산권의 일종인 주주권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제 형편이 바뀐 것도 아니고 기업의 환경과 서민들의 삶이 더 나빠졌는데 여당의 의석은 현저하게 늘었다"며 "국회 상임위원장도 민주당이 다 가지고 있기에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 것이냐'는 생각으로 경제적·법리적 측면을 좀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 ▲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이 토론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독소조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이 토론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독소조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전속고발권 폐지하면 누구든지 고발 가능… 기업활동 위축"

    다음 발제자로 나선 최 원장은 한 칼럼을 인용하며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족쇄법'이라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그 근거로 개정안에 담긴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익편취규정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예로 들었다. 

    최 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든지 고발이 가능해진다"며 "최종적으로 무혐의를 받는 사안이라도 기업으로서는 수사 과정에서 부담이 커지고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속고발권은 헌법재판소도 합헌으로 봤고, 한국의 모든 경쟁국가가 다 가지고 있는 제도"라고 소개한 최 원장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죄(형벌조항)의 처벌범위에서 공동행위 외에는 모두 삭제해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수 일가 지분 20% 규제? 소액주주 피해, 배임 문제 발생"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방지하기 위해 지분이 20%만 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른 총수 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고, 배임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지적이다.

    또 기업의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법인의 설립은 장려해야 할 사항이지 금지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면서 이를 악용할 의도가 보인다면 이는 공익법인법이 규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규제 강화? 韓 대기업, 中 대기업과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른 우려와 함께 이에 동의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천 변호사는 "다중대표소송을 미국과 일본보다 강화해 모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심히 의문"이라며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될 경우 과거 정부의 권유 및 제도 정비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다수의 기업들이 자칫 자회사의 송사에 휘말려 그 기업가치를 훼손당하고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주 교수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도 경제력 집중 자체를 억지해야 한다는 나라는 없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경제력 집중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데, 중국 대기업과 경쟁해야 할 한국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늘린다면, 결국 한국 대기업은 중국 대기업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인도 '장악 3법' 동의…"헤지펀드 단기이익 실현만 도와줄 수도"

    이에 청중에서는 우파정당 수장인 김 위원장이 이러한 법에 찬성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권 원장은 "그런 인식을 제가 고쳐줄 수는 없고, 전 세계적 기준을 보면서 자기(김 위원장)의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헤지펀드 등 대형기관 투자자가 단기이익을 실현하는 데 도와줄 수 있는 걸로 끝날 확률이 아주 높다"고 우려했다.

    권 원장은 "공정경제 3법이 겉으로 듣기에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전혀 작동 안 하고 부작용만 나을 수 있는 우려가 많다"며 "이런 것들을 정치권에서 잘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